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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야기

바흐 칸타타 BWV 147 '예수, 인간 소망의 기쁨'|드라마 '포핸즈'에 등장한 음악

by julianalmj 2026. 10.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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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흐의 '예수, 인간 소망의 기쁨'을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제목은 낯설어도 음악을 들으면 “아, 이 곡!” 하실 분들이 많을 겁니다. 우리 귀에 꽤 친숙한 이 음악은 바흐의 교회 칸타타 BWV 147, 'Herz und Mund und Tat und Leben(마음과 입과 행동과 삶)'에 들어 있는 코랄입니다. 

1723년 독일 라이프치히의 교회에서 연주되었던 이 음악은 지금도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 곁에 남아 있습니다. 

 최근 드라마 '포핸즈'에서도 이 음악이 중요한 장면마다 등장했습니다. 두 주인공이 함께 피아노를 연주할 때, 병원에서 환우들을 위해 연주할 때, 그리고 마지막 성당에서 다시 만날 때까지. 300여 년 전 교회에서 울려 퍼졌던 음악이 어떻게 오늘날 드라마 속 두 청년의 이야기와 만나게 되었을까요?

바흐 칸타타 BWV 147은 어떤 작품일까?

칸타타(Cantata)는 노래를 중심으로 여러 곡을 엮어 만든 음악 형식입니다. 독창자가 노래하는 아리아, 이야기를 전달하듯 부르는 레치타티보, 합창 등이 함께 사용되며 악기들이 반주하거나 독립적인 선율을 연주하기도 합니다. 칸타타에는 종교적인 내용을 다룬 교회 칸타타도 있고, 세속적인 내용을 다룬 작품도 있습니다.

바흐는 특히 교회 칸타타를 많이 작곡했습니다. 당시 교회 음악가였던 바흐에게 칸타타는 단순히 연주회에서 들려주기 위한 음악이 아니었습니다. 일요일 예배와 교회 절기에 맞춰 연주해야 하는 음악이었습니다. 성경 말씀과 그날의 의미를 음악으로 표현하는 것이 중요한 역할이었지요.

바흐의 칸타타 BWV 147도 그런 작품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 작품은 합창, 독창, 오케스트라가 함께하는 열 곡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뉩니다. 그런데 열 곡 가운데 유독 유명해진 음악이 있습니다. 바로 제6곡과 제10곡에 등장하는 코랄입니다. 

'예수, 인간 소망의 기쁨'은 왜 두 번 나올까?

코랄(Chorale)은 독일 개신교의 찬송가 전통에서 나온 노래입니다. 바흐는 사람들이 익숙하게 알고 있던 찬송가 선율을 자신의 칸타타와 수난곡 등에 자주 사용했습니다. BWV 147에서도 코랄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제6곡과 제10곡에는 같은 음악이 등장하지만, 가사는 서로 다릅니다. 

제6곡 — Wohl mir, daß ich Jesum habe

'예수님을 모시고 있으니 나는 행복하네'라는 뜻으로, 어려움 속에서도 예수를 의지하는 마음을 노래합니다.

제10곡 — Jesus bleibet meine Freude

'예수님은 언제나 나의 기쁨이시네'라는 뜻입니다. 예수가 마음의 위로이자 삶의 힘이라는 신앙의 고백이 담겨 있습니다. 두 곡은 각각 칸타타의 1부와 2부를 마무리합니다.

특히 음악을 들어보면 흥미로운 점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이 곡의 대표적인 멜로디로 기억하는 부드럽게 흐르는 선율은 합창단이 부르는 찬송가 선율과 다릅니다. 현악기들이 끊임없이 움직이는 선율을 연주하는 동안, 합창단은 그 위에서 비교적 단순하고 차분한 코랄 선율을 노래합니다. 두 선율이 서로 어우러지면서 우리가 아는 아름다운 음악이 완성됩니다. 피아노 편곡으로 먼저 익숙해진 분이라면 원곡에서 들리는 합창의 소리가 새롭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1716년 바이마르에서 1723년 라이프치히까지

바흐가 이 칸타타의 초기 형태를 만든 것은 1716년, 독일 바이마르에서 일하던 시절입니다. 당시 작품은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대림절을 위해 구상되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가 듣는 BWV 147은 그때의 작품과 완전히 같지 않습니다.

1723년 바흐는 라이프치히에서 교회 음악을 책임지는 토마스칸토르로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곳에서 그는 바이마르 시절에 만들었던 음악을 다시 꺼내 새로운 교회 절기에 맞게 고쳤습니다. 바로 7월 2일 마리아 방문 축일을 위한 작품으로 개작한 것입니다. 마리아 방문 축일은 예수를 잉태한 성모 마리아가 엘리사벳을 찾아간 일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신약성경 루카복음 1장에는 두 사람의 만남과 함께 마리아가 하느님을 찬양하는 노래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 노래를 '마니피캇(Magnificat)'이라고 부릅니다. 바흐는 새로운 절기에 맞도록 작품을 확장하면서 레치타티보와 코랄을 추가했습니다. 그리고 1723년 7월 2일 라이프치히에서 오늘날 알려진 형태의 BWV 147이 처음 연주되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예수, 인간 소망의 기쁨'의 코랄은 1716년 바이마르 초기 작품에 있던 음악이 아니라, 1723년 라이프치히에서 개작하면서 추가된 음악이라는 것입니다. 이후 이 코랄은 칸타타 전체에서 가장 유명한 음악이 되었습니다.

바흐의 합창곡은 어떻게 피아노곡이 되었을까?

바흐의 '예수, 인간 소망의 기쁨'은 합창으로도, 피아노 연주로도 친숙한 음악입니다. 그런데 원래 합창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칸타타의 한 부분이었던 음악이 어떻게 피아노곡으로도 널리 알려지게 되었을까요?

그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사람이 영국의 피아니스트 마이라 헤스(Myra Hess, 1890~1965)입니다. 헤스는 바흐의 코랄을 피아노 독주곡으로 편곡했고, 1926년 옥스퍼드 대학 출판부에서 악보가 출판되었습니다. 원곡에서는 합창과 여러 악기가 함께 연주하던 음악을 피아노 한 대로 표현한 것입니다. 피아노 편곡을 들어보면 물결처럼 흐르는 선율과 차분하게 이어지는 코랄 선율이 서로 어우러집니다. 합창과 오케스트라가 나누어 맡았던 역할을 피아노 한 대가 담아내면서 원곡과는 또 다른 매력을 들려줍니다.

헤스는 1934년에는 이 음악을 피아노 한 대에서 두 사람이 함께 연주할 수 있도록 편곡한 악보도 출판했습니다. 이러한 연주 방식을 포핸즈(Four Hands)라고 합니다. 포핸즈는 한 대의 피아노 앞에 두 사람이 나란히 앉아 네 손으로 연주하는 방식입니다. 한 사람이 주로 높은 음역을, 다른 사람이 낮은 음역을 맡지만, 서로의 소리를 듣고 움직임과 호흡을 맞추는 일이 중요합니다.

바흐의 칸타타에서 출발한 음악이 피아노 독주곡으로, 다시 두 사람이 함께 연주하는 음악으로 이어진 것입니다. 그리고 이 포핸즈라는 연주 방식은 드라마의 제목이기도 합니다.

드라마 '포핸즈'에 반복해서 등장한 바흐의 음악

드라마 '포핸즈'는 두 젊은 피아니스트 비오(송강)와 정요(이준영)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두 사람에게 피아노는 단순히 연주 실력을 겨루는 도구가 아닙니다. 때로는 경쟁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서로를 이해하는 방법이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정말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돌아보게 하는 존재이기도 하지요.

드라마에는 바흐의 BWV 147 코랄 선율이 중요한 장면마다 등장합니다. 정요와 비오가 함께 피아노를 연주하는 장면에서는 두 사람이 하나의 음악을 만들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포핸즈는 두 사람이 같은 피아노를 연주하지만, 각자 자기 부분만 잘 연주한다고 완성되는 음악은 아닙니다. 서로의 소리를 듣고, 기다리고, 때로는 상대에게 맞춰야 하나의 음악이 만들어집니다. 이런 연주 방식은 두 사람의 관계를 바라보는 또 하나의 방법이 됩니다.

이후 비오가 병원에서 환우들을 위해 피아노를 연주하는 장면에서도 같은 선율이 등장합니다. 하지만 이때 음악이 놓인 상황은 다릅니다. 누군가와 경쟁하거나 자신의 실력을 증명하기 위한 무대가 아닙니다. 음악을 듣는 사람들에게 작은 위로를 전하는 자리입니다. 같은 음악이지만 장면이 달라지면서 그 음악이 전하는 느낌도 달라집니다.

그리고 드라마의 마지막 장면. 정요는 성당에서 어린이 합창단을 지휘하고 있습니다. 그 때 앞서 피아노로 들었던 바흐의 음악이 합창으로 다시 등장합니다. 그곳에 비오가 찾아오고,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 짓습니다. 바흐의 칸타타에서 출발해 피아노곡으로 편곡되었던 음악을 드라마의 마지막에서 다시 사람의 목소리로 듣게 되는 것입니다.

이 장면을 보고 나면 드라마에서 반복해서 사용된 음악이 단순한 배경음악 이상의 역할을 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물론 제작진이 이 음악을 선택한 정확한 의도를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서로 다른 장면에 같은 선율이 등장하면서 시청자는 정요와 비오가 음악과 함께 지나온 시간을 다시 떠올리게 됩니다.

같은 음악인데 왜 들을 때마다 다르게 느껴질까?

바흐의 '예수, 인간 소망의 기쁨'은 교회나 성당에서 결혼식을 할 때 신부입장으로 가끔 연주되기는 음악입니다. 저 역시 오래전 결혼식에서 합창단 동료들이 불러주는 이 곡을 들으며 입장했습니다. 그래서 드라마의 마지막 장면에서 이 선율을 다시 들었을 때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습니다. 같은 음악이 모든 사람에게 같은 기억을 불러오는 것은 아닙니다. 누군가에게는 결혼식의 음악이고, 누군가에게는 힘든 시간을 위로해 주었던 음악일 수 있습니다. 또 드라마 '포핸즈'를 본 사람에게는 정요와 비오가 다시 만나는 마지막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음악이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바흐가 1723년 라이프치히의 교회에서 연주했던 칸타타는 30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다양한 모습으로 연주되고 있습니다. 합창으로, 피아노 독주로, 두 사람이 함께 연주하는 포핸즈로. 음악이 만들어진 시대와 장소는 달라도 그 음악을 듣는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의 경험과 기억을 더해 새로운 의미를 발견합니다.

바흐의 BWV 147을 알고 드라마 '포핸즈'의 음악을 다시 들어보면, 처음에는 미처 듣지 못했던 선율과 이야기가 새롭게 다가올 것입니다.

🎵 바흐 칸타타 BWV 147 감상하기

작품명: Herz und Mund und Tat und Leben (마음과 입과 행동과 삶)

작곡가: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Johann Sebastian Bach)

작품번호: BWV 147 라이프치히 개작판

초연: 1723년 7월 2일 구성: 2부, 총 10곡

유명한 코랄: 제6곡 〈Wohl mir, daß ich Jesum habe〉

제10곡 〈Jesus bleibet meine Freude〉

네덜란드 바흐 소사이어티(Netherlands Bach Society) 연주

▪ 〈예수, 인간 소망의 기쁨〉 코랄 https://www.youtube.com/watch?v=GWtoeYznx8E

 

▪ 바흐 칸타타 BWV 147 전곡 https://www.youtube.com/watch?v=h97JE4--p84

 

드라마 '포핸즈'에서 바흐의 음악이 어떻게 사용되었는지 더 자세한 이야기는 유튜브 채널 '예술은 쓸데가 많다'에서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https://youtu.be/iiGfqxmOkwQ

 

- YouTube

 

www.youtube.com

 

※ 드라마 장면을 참고해 제작한 일부 이미지는 AI 재구성 이미지입니다.

참고 자료

  • Netherlands Bach Society — All of Bach, BWV 147 작품 해설
  • Bachipedia — BWV 147 작품 해설 및 가사
  • The Bach Choir of Bethlehem — Cantata BWV 147 해설
  • Oxford University Press — Myra Hess 피아노 편곡 악보
  • 신약성경 루카복음 1장 39~56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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