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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야기

푸치니 오페라 '잔니 스키키' 줄거리와 뒷이야기

by julianalmj 2024. 1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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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치니는 20세기 초, 이미 오페라 라 보엠, 토스카, 나비부인 등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습니다. 그러나 그의 작품 대부분이 비극적 서사에 집중되어 있었기에, 새로운 스타일을 시도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이에 그는 다양한 정서와 주제를 아우르는 세 개의 단막 오페라로 구성된 일 트리티코(Il Trittico) 프로젝트를 구상했습니다.

1. 일 트리티코 프로젝트와 푸치니의 예술적 도전

   일 트리티코는 각기 다른 정서를 담은 세 가지 작품으로 구성되었습니다.

  • 비극적이고 어두운 이야기 - 외투(Il Tabarro)
  • 종교적이고 신성한 이야기 - 수녀 안젤리카(Suor Angelica)
  • 해학적이고 유쾌한 이야기 - 잔니 스키키(Gianni Schicchi)

   푸치니는 각 작품이 서로 다른 감정의 여정을 제공함으로써 관객들에게 완성도 높은 경험을 선사하려 했습니다. 특히 잔니 스키키는 코믹 오페라라는 점에서 푸치니에게 새로운 도전이었습니다. 그가 주로 다룬 비극적이고 감성적인 주제와는 달리, 잔니 스키키는 빠르고 경쾌한 리듬, 풍자적인 요소, 그리고 익살스러운 캐릭터로 채워졌습니다.

오페라 잔니 스키키 초연 포스터(출처: 나무위키)

 

2. 단테의 신곡에서 영감을 받은 이야기

   잔니 스키키는 단테 알리기에리의 신곡(Inferno) 지옥편 제30곡에 등장하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단테는 작품에서 잔니 스키키를 "유언장을 위조한 죄로 지옥에 떨어진 자"로 묘사하며, 도덕적 훈계의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그러나 푸치니와 대본 작가 조바키노 포르차노는 이 이야기를 전혀 다른 시각에서 접근했습니다. 그들은 단테의 어두운 서사를 희극적으로 재구성하며, 잔니 스키키를 "교활하고 영리하지만 본질적으로 인간적인 인물"로 재탄생시켰습니다. 포르차노는 단테의 원작을 철저히 각색하여 부유한 귀족들의 탐욕과 위선을 풍자하고, 잔니 스키키의 재치와 기지를 통해 통쾌한 결말을 만들어냈습니다.

 

자코모 푸치니(출처: 위키피디아)

 

3. 음악적 특징과 푸치니의 혁신

  푸치니는 잔니 스키키에서 다양한 음악적 기법을 활용하여 코믹한 분위기를 극대화했습니다.

  • 등장인물의 성격 표현: 각 인물의 성격은 음악적으로 철저히 반영됩니다. 예를 들어, 탐욕스러운 친척들은 우스꽝스럽고 과장된 리듬과 멜로디로 표현되고, 라우레타의 아리아 O mio babbino caro는 단순하고 아름다운 선율로 라우레타의 순수함을 드러냅니다.
  • 대조적 스타일: 푸치니는 종종 극적인 감정 변화를 강조하기 위해 비극적이고 희극적인 음악을 교차 배치했습니다. 예를 들어, 부오조의 죽음을 애도하는 척하는 친척들의 위선은 엄숙한 음악과 경쾌한 멜로디의 조합으로 표현됩니다.
  • 사실주의: 푸치니는 당대 피렌체의 사회적 맥락을 음악에 반영하려 했습니다. 작품의 경쾌한 대화 형식과 빠른 전개는 이탈리아 희극 전통(코메디아 델라르테)에서 영감을 받은 것입니다.

 

4. 초연과 반응

  1918년 12월 14일,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하우스에서 일 트리티코가 초연되었습니다. 잔니 스키키는 그 중에서도 특히 큰 호평을 받았습니다. 관객과 평론가들은 푸치니가 코믹 오페라라는 새로운 장르를 성공적으로 소화한 점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아리아 O mio babbino caro는 단숨에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아, 오페라 전체의 인기 요인으로 자리 잡았고, 이 아리아는 지금까지 많은 소프라노의 단골 레파토리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5. 줄거리

  13세기 피렌체 

   부유한 귀족 부오조 도나티가 죽음을 맞이한 상황에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그의 침실에 모인 친척들은 외적으로는 슬픔에 잠긴 척하며 애도의 태도를 보이지만, 속으로는 모두 부오조의 막대한 유산이 자신에게 돌아오길 바라고 있습니다.

   이들의 이중적 태도는 음악을 통해 드러납니다. 비통한 듯한 멜로디와 기만적이고 가벼운 분위기의 음악이 교차하며 친척들의 탐욕을 풍자적으로 묘사합니다. 특히 부오조의 생명이 꺼져가는 순간에도 친척들은 슬픔보다 재산에 대한 기대에 들떠 있습니다.

 

  부오조의 유언장 발견

   부오조가 숨을 거두자마자, 친척들은 그의 유언장을 찾기 위해 방 안을 헤집습니다. 마침내 유언장이 발견되고, 그 내용이 낭독되자 모두 충격에 빠집니다. 유언장에는 부오조가 자신의 전 재산을 교회에 기증한다고 명시되어 있었습니다. 이 사실에 분노한 친척들은 “교회가 부자가 되는 동안 우리는 모두 굶어 죽게 생겼다!”며 불만을 토로합니다.

   이때 리누치오, 부오조의 친척 중 한 명이 해결책을 제안합니다. 그는 자신의 장인인 잔니 스키키에게 도움을 청하자고 말합니다. 스키키는 영리하고 기민한 인물이지만, 평민 출신이라는 이유로 부유한 친척들로부터 멸시받아 왔습니다.

   리누치오의 어머니 치타는 스키키가 “출신도 미천하고 교양도 없는 사람”이라며 반대하지만, 결국 그를 부르기로 합니다.

 

  잔니 스키키의 등장과 계획

   잔니 스키키가 등장하자 그는 재빠르게 상황을 파악합니다. 그러나 귀족 출신 친척들이 자신을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자 화를 내며 “그럼 너희들이 직접 해결하라”며 자리를 떠나려 합니다.

   이때 스키키의 딸 라우레타가 나서서 아버지를 붙잡습니다. 그녀는 리누치오와 사랑에 빠져 결혼하기를 원하지만, 부오조의 유산이 없으면 두 사람의 결혼이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라우레타는 간절히 애원하며 유명한 아리아 O mio babbino caro를 부릅니다.

   라우레타의 아리아는 단순히 감미로운 선율만이 아니라 딸의 귀여운 협박이 섞인 설득을 통해 극의 해학을 더합니다. 결국 스키키는 딸의 부탁을 받아들이며 해결책을 고민합니다.

   그는 아직 부오조의 사망 사실을 친척들과 자신만 알고 있다는 점을 이용하기로 합니다. 스키키는 자신이 부오조로 변장해 변호사를 불러 가짜 유언장을 작성하기로 계획합니다.

 

  스키키의 변장과 가짜 유언장 작성

   스키키는 부오조의 옷을 입고 그의 침대에 누워 완벽히 흉내 내기 시작합니다. 그의 뛰어난 성대모사는 부오조의 주치의 스피넬로초조차 속입니다. 스피넬로초가 왕진을 와서 그의 건강을 확인하려 하자 스키키는 “몸이 나아졌으니 다음에 다시 오라”고 말하며 그를 돌려보냅니다.

   스키키의 연기를 본 친척들은 이제 완전히 신뢰하며 그에게 아부하기 시작합니다. 각자는 부오조의 가장 큰 유산인 저택과 제분소를 자신에게 물려달라고 요청하며 돈을 찔러 넣습니다. 탐욕스러운 그들의 모습은 관객들에게 웃음을 유발합니다.

   드디어 변호사가 도착하고, 스키키는 새 유언장을 작성합니다. 그는 교회에 전 재산을 기증한다는 기존의 유언을 무효화하고, 친척들에게 자질구레한 재산들을 적당히 나눠줍니다. 그러나 가장 큰 유산인 저택과 제분소는 “가장 신뢰하는 친구 잔니 스키키에게 남긴다”고 선언합니다.

   이 선언에 친척들은 경악하지만, 변호사가 증인으로 있는 자리에서는 아무 행동도 할 수 없습니다. 변호사가 떠난 후, 스키키는 이미 유산이 자신의 것이 되었음을 선포합니다.

 

  결말

   스키키의 승리와 친척들의 패배 스키키는 탐욕스러운 친척들을 비웃으며 집에서 나가라고 명령합니다. 격분한 친척들은 그를 공격하려 하지만, 스키키는 “내가 없었으면 너희는 아무것도 얻지 못했을 것”이라며 경고합니다. 결국 친척들은 더 이상 어찌할 도리가 없어 집을 나갑니다.

   한편, 라우레타와 리누치오는 이제 결혼할 수 있게 되었고, 두 사람은 사랑의 듀엣 Lauretta mia를 부릅니다. 이 장면은 스키키의 계략으로 이루어진 해피엔딩을 축하하며 극을 따뜻하게 마무리합니다.

   잔니 스키키는 마지막으로 관객들에게 직접 말을 겁니다. 그는 자신이 부오조의 유산을 가장 합리적으로 분배했다고 주장하며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지혜”라고 유쾌하게 덧붙입니다. 이어 관객들에게 박수를 유도하며 막이 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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