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지 판 투테' 작곡 배경
모차르트의 후기 오페라 ‘코지 판 투테’는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돈 조반니의 작가인 로렌조 다 폰테(Lorenzo Da Ponte, 1749-1838)가 대본을 썼다. 이 세 가지 오페라는 모두 남녀 간의 사랑과 불륜에 대한 이야기이다. 실제로 이 오페라들의 작가인 로렌초 다 폰테는 유부녀와의 불륜으로 베네치아에서 추방까지 당한 것으로 봐서 이 스토리들은 자신의 경험에 의한 이야기들을 많이 담아내지 않았나 싶다. 당시 이 오페라는 내용 때문에 도덕적·윤리적으로는 많은 비판을 받았다. 음악사적으로는 그러한 사건으로 인해 로렌조 다 폰테가 빈으로 쫓겨났고, 자신의 경험담으로 스토리가 쓰였고, 위대한 천재 작곡가인 모차르트와의 직접적인 인연이 닿았으며 결국 세 개의 걸작 오페라 부파가 탄생할 수 있었다. 비단 이 일뿐 아니라 역사적으로 보면 개인적으로는 엄청난 상처와 비극이 될 수 있는 사건이 위대한 결과를 낳은 경우가 종종 있다.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신의 뜻이 그 속에 있는 것일까? 심리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면 참 많이 씁쓸하다. 또한 ‘코지 판 투테’는 모차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을 본 황제 프란츠 요제프 2세가 그 줄거리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모차르트에게 새로운 오페라를 의뢰를 하였고, 그 스토리는 당시 유럽의 궁정에서 일어난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고 전해진다.
'코지 판 투테' 줄거리
오페라 ‘코지 판 투테’는 결혼을 약속한 두 쌍의 연인, 그것도 지금 열렬히 서로를 사랑하고 있는 연인들의 두 남자에게 짓궂은 친구의 제안으로 서로의 애인의 사랑을 시험하는 내기를 하는 어이없는 내용이다. 18세기 이탈리아의 나폴리를 무대로 이야기는 펼쳐진다. 젊은 장교인 굴리엘모와 페르난도는 아름다운 자매인 피오르딜리지와 도라벨라와 각각 연인 사이이다. 장난기 많고 짓궂은 철학자 알폰소는 굴리엘모와 페르난도에게 여자의 마음은 믿을 수 없다면서 그들의 연인들도 자기의 애인이 옆에 없으면 알 수 없는 것이라고 약을 올린다. 두 젊은 장교는 그럴 리 없다며 자신들의 애인의 정숙함을 믿지만 계속 짓궂게 구는 알폰소에게 화가 나고 흥분을 하게 된다. 이에 그들의 주장에 개의치 않고 절대 믿을 수 없는 것이 여자의 마음이라고 계속 자극을 하자 알폰소와 티격태격 언쟁을 하던 두 사람은 결국 자신의 연인인 피오르딜리지와 도라벨라의 정절을 두고 내기를 하기에 이른다. 남자들이 별의별 것에 경쟁의식을 가지고 기를 쓰고 몰두하는 것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현실 속에서나 이야기 속에서나 똑같다. 남자는 같은 남자끼리는, 설령 부자(父子) 사이라고 하더라도 경쟁 심리를 가진다. 한편으로는 알폰소는 온갖 세상만사를 겪은 여우 같은 속물이고, 굴리엘모와 페르난도는 순진한 청년이라고 볼 수도 있다. 알폰소는 ‘여자들의 마음은 갈대와 같아서 믿을 수 없다’는 자신의 생각을 순진한 두 청년에게 알려주고자 이러한 남자들의 경쟁 심리를 이용했다고 볼 수 있다. 자매인 피오르딜리지와 도라벨라가 어느 정원에서 자신들의 애인을 기다리며 자신들의 애인이 얼마나 멋지고 자신들이 얼마나 행복한지를 얘기하며 ‘자매여, 바라보라 Ah guarba, sorella’라는 이중창을 부른다. 그 속에는 초상화 속 자신들의 애인들이 얼마나 자신들을 사랑하는지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담겨 있다. 여자들은 현재 행복함을 느낄 때 여러 가지 방법으로 자신의 사랑을 확인하고 지키고 싶어 한다. 그래서 또 묻고, 물어서 사랑하는 사람이 그 사랑을 표현해 주기를 원하는 것이다. 그때 알폰소가 찾아와 그들의 애인들이 갑자기 전쟁터에 나가게 되었다며 거짓을 알린다. 잠시 후 굴리엘모와 페르난도가 군복을 입고 걱정스러운 모습으로 나타난다. 두 자매는 눈물을 흘리며 헤어짐의 고통을 부르짖고, 매일 편지를 쓰며 기다리겠다는 약속을 하면서 안타까운 이별을 한다. 연인의 사랑을 확신하는 두 청년은 의기양양해진다. 사랑하는 연인들과 이별을 한 뒤 두 자매와 알폰소는 ‘불어라 산들바람 Soave il vento’라는 아름다운 삼중창을 부른다. 모차르트는 이 아름다운 노래에 연인과 헤어진 여자들의 슬픔을 담았다. 반면 알폰소는 그럼에도 여자의 마음은 및을 수 없는 것이라고 계속 말한다. 아마도 알폰소는 여러 가지 이유로 여자들에게 배신당했던 경험이 많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알폰소의 작전에 자매의 하녀인 데스피나도 뇌물로 매수되어 투입된다. 데스피나는 두 자매에게 초콜릿을 가지고 들어와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며 주인 아가씨들에게 사랑에 대한 환상을 깨줘야 하는 사명감에 애인들이 전장에서 돌아오지 못하면 새로운 남자를 만날 수 있으니 더 좋은 일이라며 말한다. 덧붙여 여자들에게 온갖 정성을 다하다가도 재미가 없어지면 한순간에 돌아서는 게 남자라며 바람을 넣는다. 데스피나는 사랑하는 남자에게 사랑을 한껏 받는 자신의 주인 아가씨들이 한 인간으로서 그리고 한 여자로서 부러웠을 것이다. 여자는 자신의 상처를 위로받기 위해 여러 가지 모습을 드러낸다. 질투도 그러한 표현 중 하나이다. 데스피나가 바람 잡는 역할을 하게 된 것은 돈으로 매수가 되었기도 했지만, 자신의 질투심을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그러던 중 알폰소는 두 자매를 속여 내기에 이기기 위해 데스피나를 매수하여 굴리엘모와 페르난도는 돈 많은 알바니아 귀족으로 변장시켜서 자매의 집에 찾아가게 한다. 두 자매는 호기심은커녕 낯선 남자들이 집에 들어온 것을 불쾌하게 생각한다. 그 불쾌한 감정을 아주 강력하게, 음악적으로는 높은 음역과 아주 빠른 속도로 표현한 곡이 ‘별 이여! 무엇을 말할 수 있으리오 Stelle! Che dir’와 ‘바위처럼 Come scoglio’이다. 이것은 전쟁터로 떠나보낸 연인들에 대한 걱정과 자신들의 불안한 마음과 상처를 위로받고, 치유를 바라는 심리적인 무의식의 표현이다. 또 이런 과한 반응은 상대를 자극할 수 있는 행동이 될 수 있다. 심리는 그 속에 대칭되는 반대의 심리가 함께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과 자매의 과한 반응이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데스피나는 재밌기만 하다. 또 귀족으로 변장한 두 남자도 기분이 나쁘지는 않다. 자기의 연인이 자기를 그리워하며 치근대는 남자들에게 화를 내는 것이 안심되고, 기분이 좋다. 페르난도는 굴리엘모의 유혹에 조금도 굴하지 않는 자기의 애인을 보고 만족하여 ‘사랑의 산들바람은 사랑의 산들바람은 Un’aura amorosa del nostro tesoro’이라는 청아하고 아름다운 테너 아리아를 부른다. 하지만 알폰소의 계략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작전은 계속된다. 두 자매는 슬픈 마음을 안고 있는데 엉뚱한 사람들까지 집을 침입해 마음이 매우 상한다. 하지만 그녀들의 앞에 그 이상한 두 귀족이 갑자기 다시 나타나 독약 병을 들고 자신들의 사랑을 받아주지 않으면 차라리 죽어버리겠다며 협박하고, 소동을 일으키며 가짜 독약을 먹고 쓰러진다. 이러한 소동에 하녀인 데스피나와 알폰소가 의사를 부르러 간 뒤 두 자매는 난리를 치며 어쩔 줄을 몰라한다. 그 사이 돌팔이 의사로 변장한 데스피나와 알폰소가 돌아와서는 말도 안 되는 처방을 하고는 두 자매를 나무란다. 그렇게 의기소침해 있는 두 자매에게 두 귀족은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은 행색으로 손을 잡아달라고 하고, 이를 허락하니 그녀들의 키스를 요구하면 과하게 들이댄다. 두 자매는 너무 놀라 귀족들을 물리치고, 거절하고는 그녀들의 방으로 돌아간다. 두 남자는 자기의 연인들이 단호하게 거절하는 것이 자신들에 대한 사랑의 확신이라 생각하며 기뻐한다. 데스피나는 조건 없이 사랑을 갈구하는 귀족들의 순수함을 말하고, 여자들도 남자들처럼 언제든지 자유롭게 사랑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며 ‘15살이 된 여자라면 Una donna a quindici anni’라는 노래를 부르면서 두 자매를 부추긴다. 자매는 방에서 자신들에게 일어난 일들을 생각하며 조금씩 귀족들의 마음을 생각하며 흔들리고, 데스피나가 없을 때 서로가 생각을 떠보며 잠깐 만나보는 게 무슨 문제냐며 못 이기는 척 두 귀족의 마음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그러면서 도라벨라는 굴리엘모와 표르딜리지는 페를란도와 만나기로 하고는 신나게 들떠서 ‘난 갈색 머리를 prendero quel brunettino’라는 이중창을 부른다. 알폰소와 데스피나는 두 자매의 흔들리는 마음을 눈치채고 두 알바니아 귀족들과 만남을 계획해 놓았다. 두 자매는 알폰소의 강압적인 권유에 이끌려 못 이기는 척 정원으로 나왔다. 그러자 알바니아의 두 귀족이 나타나 세레나데를 부른다. 이렇게 두 자매와 두 귀족은 원래의 연인을 바꾸어 짝을 지어 데이트를 하게 된다. 이 낯선 상황이 모두 어색하고 이상하다. 남자들은 자기의 연인이 다른 사람의 유혹에 넘어갈까 봐 걱정도 하지만 지금 현재 자기 옆에 있는 상대의 여자를 유혹해 넘어오게 만들기 위해 갖은 애를 쓴다. 구애 방법이나 유혹에 넘어가는 모양새는 남자의 성격과 여자의 성향에 따라 많이 달라 보인다. 하지만 그 속에 숨겨져 있는 남자의 마음과 여자의 마음은 남녀의 차이가 있을 뿐, 모두 같다. 남자는 같은 남자끼리는 경쟁의 마음이고, 목표를 향한 성취욕을 갖고 있다. 여자는 자기의 마음을 알아주고, 자신의 현재의 안정감과 행복을 지킬 수 있는 선택을 하게 된다. 현재 자신에게 한결같은 열정을 보이고, 편안함을 준다고 느껴지면 그러한 현재를 확인하고, 유지하고 싶다. 여자의 선택의 기준은 이것이다. 남자답고 외향적인 굴리엘모는 저돌적으로 구애를 한다. 그러한 박력에 도라벨라는 넘어가고 만다. 이것저것 생각하기보다는 현재의 감정에 충실하고 싶다. 하지만 표르딜리지는 자기에게 친절하고 자상한 눈앞에 있는 남자가 싫지는 않지만 군대로 끌려간 연인이 자꾸 마음에 걸린다. 페를란도는 자기의 연인이 너무나 쉽게 다른 남자의 유혹에 넘어간 것에 분개하여 목숨을 걸고 표르딜리지를 유혹하여 끝내는 표르딜리지도 페를란도에게 넘어가게 만든다. 이를 지켜본 굴리엘모도 분노하자 알폰소가 위로하며 ‘여자는 다 그래 Cosi fan tutte’ 라는 노래를 부르고, 마음이 변해버린 두 여인을 골탕 먹이기 위해 급히 결혼식을 진행시킨다. 가짜 결혼식을 거행하며 공증인으로 위장한 데스피나가 결혼 계약서를 가지고 올 때 군대의 개선 합창이 들리며 자매의 약혼자들이 돌아오는 중이라는 전갈이 온다. 도라벨라와 표르딜리지는 기겁을 하고, 두 귀족을 숨긴다. 그 사이 두 남자는 군복으로 갈아입고 등장하자 두 자매는 변명하기에 급급하다. 알폰소가 계획적으로 결혼 계약서를 보여주자 자매는 자신들의 잘못을 고백하고 잘못을 빈다. 이 모든 것이 연극인 것이 밝혀지자 두 자매는 이 상황이 억울한 것도 사실이다. 이 모든 것이 알폰소의 계략에 넘어간 것에 화가 나지만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온 것을 다행으로 여기며 모두 서로를 용서하고 ‘행복은 사람은 Fortunato l'uom che prende’이라는 6 중창을 부르며 막이 내린다. 여자는 현재 행복에 대한 불안과 불확실한 사랑에 대해 확인하고 싶고, 위로받고 싶고, 행복을 위한 사랑을 갖고 싶은 심리를 가진다. 이 오페라에서는 두 연인이 어떻게 지내왔는지에 대한 이야기와 집안의 분위기, 시대적 상황에 대해서는 설명이 없다. 추측건대 이 이야기가 전개되는 때는 전쟁이라는 불확실하고, 불안한 상황에서 귀족 신분의 여자들이 어떤 배우자와 결혼을 하는지가 자신의 현재와 미래의 행복을 결정짓는 시대이다. 자신의 행복이, 자신의 운명이 어떤 남자를 남편으로 맞이하는가에 크게 좌우되는 것이 아닌가? 그러한 상황 자체가 여자에게는 상처이고 트라우마이다. 그 마음을 어떤 것도 위로할 수 없고, 불안한 마음을 안정시켜 줄 수 없다. 그렇다고 사랑하는 사람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전쟁터로 끌려간 사이 조건 좋고, 괜찮은 남자가 목숨 바쳐 사랑을 고백한다고 해도 그렇게 쉽게 마음이 바뀌는 것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또 반대로 결혼도 하지 않았는데 불확실한 현재와 미래에 자신의 사랑과 행복을 버리고 싶지 않기 때문에 흔들릴 수 있는 것이 여자의 심리라고 변명을 하고 싶기도 하다. 한편, 남자는 자기의 연인을 믿지 못하고 비겁한 내기를 하는 것은 거꾸로 자기 자신의 사랑과 책임감에 대한 불신에서 시작되는 것이고, 정작 무엇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하는지를 망각하고 말도 안 되는 경쟁에 빠져 오로지 그 경쟁에서 이기기에 급급한 지질한 남자의 적나라한 모습을 보이고 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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