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카르멘' 개요
카르멘은 프랑스 낭만주의 작곡가 비제의 작품이다. 그는 음악가인 부모님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음악에 탁월한 재능을 보였으며 9살부터 파리음악원에서 정식 음악교육을 받았다. 파리음악원 졸업 이후 콩쿠르에서 로마대상을 받아 관비로 3년간 이탈리아 유학을 하였다. 그 영향이었을까? 유난히 극음악, 즉 오페라에 관심을 많이 가졌고, 그의 온갖 심혈을 기울여 작곡한 오페라가 카르멘이다. 카르멘은 사실주의 오페라에 도입한 작품으로 오페라의 주류였던 이탈리아 오페라와 다른 점이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그중 내용면에서 지나치게 선정적이고, 비도덕적이라고 여겨져 초연은 비난을 받으며 실패를 했다. 또, 일반적으로는 여자주인공이 소프라노인 것에 반해 오페라 카르멘의 주인공인 카르멘은 메조소프라노의 역이며 심지어 오페라는 해피엔딩이 아니라 주인공인 카르멘이 죽음을 맞으며 비극으로 끝난다. 이런 여러 가지 이유가 모두 실패의 원인이 되었을 것이다. 이런 스트레스가 원인이 되었을까? 비제는 카르멘의 초연의 실패 후 3개월 뒤에 사망하고 만다. 하지만 공연이 거듭될수록 혹평은 호평으로 변하고 그 인기는 오늘날까지 계속되고 있다. 오페라 카르멘의 배경은 스페인 세비야와 그 주변이다. 유럽에서의 가장 하층민으로 무시받던 집시 여인 카르멘은 아름답지만 사회적 규범 따위는 아랑곳 하지 않는 자유로운 영혼이다. 카르멘이 그런 성향을 가지게 된 것은 태어날 때부터 상처투성이 일 수밖에 없는 집시라는 신분이었던 것과 그럼에도 아름답게 생긴 외모 때문에 성적인 학대나 희롱을 견뎌야만 하는 배경이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이런 심리적 상처는 여자를 우악스럽게 만들고, 때로는 목적을 위해서 성적인 유혹을 일삼고 결국 자신을 망가뜨리는 팜므파탈로 만들기 쉽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카르멘' 내용
세비야의 광장 근처에 담배공장이 있고 그 근처 검문소가 있는데 참한 시골처녀 미카엘라가 검문소에서 근무하고 있는 약혼자인 군인 돈 호세를 찾아온다. 그 자리에 호세가 없어서 미카엘라는 다시 약혼자를 찾으러 가고, 길이 어긋나 근무 병사 교체 시간이 되어 호세가 나타난다. 잠시 후 공장의 휴식을 알리는 종이 울리자 사람들이 광장으로 모이고, 담배공장에서 일하던 집시 여인들 속에 유독 눈에 띄는 카르멘이 사람들의 환성을 받으며 등장한다. 많은 남자들이 카르멘에게 관심을 보이지만 카르멘은 그 남자들을 모두 무시하고, 오히려 자기에게 관심을 전혀 가지지 않는 호세에게 호기심을 갖는다. ‘사랑은 반항하는 새와 같다 L’amour est un oiseau rebelle‘라는 그 유명한 하바네라를 부르며 그를 유혹한다. 하지만 호세는 자기 일에 집중할 뿐 전혀 눈길을 주지 않는다. 사실은 카르멘의 존재감은 너무 강렬하기 때문에 모르는 척 했을 뿐 속으로 그녀를 달콤한 마녀로 생각할 만큼 호세에게도 남아있는 이미지가 당연히 강하다. 그래서인지 휴식이 끝나고 여공들이 모두 공장으로 돌아가자 카르멘이 하바네라를 부르며 남기고 간 장미꽃을 남몰래 주워 넣는다. 그때 미카엘라가 나타나 호세와 만난다. 호세의 어머니가 보낸 편지와 용돈을 전해 주고, 둘은 다정한 담소를 나눈다. 호세는 고향에 계시는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미카엘라와 ‘어머니 얘기를 들려줘요 Parle-moi de ma mère’를 함께 부른다. 호세는 마녀의 유혹에 빠지지 않은 것은 깨끗하고 순수한 미카엘라를 통해 어머니가 자기를 지켜준다고 생각한다. 거꾸로 이 말은 카르멘의 유혹이 자신을 흔들었다는 뜻이다. 그러던 중 갑자기 공장에서 한바탕 난리가 난다. 카르멘과 다른 한 여인이 싸움을 했기 때문이다. 폭력으로 카르멘은 체포되고 호세가 카르멘을 연행하게 된다. 그러는 중 카르멘은 호세를 유혹하고, 호세는 그 유혹에 정신이 팔려 카르멘이 도망치게 도와주게 된다. 그러면서 약혼녀 미카엘라는 까마득하게 잊고, 카르멘에게 홀딱 빠져 버린다. 카르멘을 도망치게 한 죄로 호세는 징계를 받아 감옥에 갇힌다. 그렇게 시간이 지난 뒤 세비야의 어느 마을의 술집에는 카르멘이 친구들과 어울리고 있고, 호세의 상사 수니가가 카르멘에게 추파를 던지지만 카르멘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곧 호세가 석방되어 자기를 찾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인기 많은 잘생긴 투우사 에스카미요가 그 유명한 ‘투우사의 노래 Chanson du toréador’를 부르며 매혹적인 카르멘을 유혹하지만 카르멘은 오로지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은 돈 호세라며 외면한다. 그렇게 기다리던 호세가 나타나자 카르멘은 기쁨에 넘쳐 아름답고 매혹적인 춤을 추며 노래를 한다. 이 모습에 호세는 넋이 빠지지만 멀리서 귀대를 알리는 나팔소리에 카르멘을 향한 눈빛이 흔들린다. 그 순간 카르멘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며 호세를 자극한다. 호세는 자기가 얼마나 카르멘에게 깊게 빠져 있는지 예전에 광장에서 카르멘이 주었던 꽃을 꺼내 보이며 ‘꽃노래 La fleur que vous m'avez jetée’를 절절하게 부른다. 그때 상관인 수니가 대장이 질투를 하여 자극하며 귀대를 명령하자 실랑이 끝에 칼까지 빼들고 결투를 하게 되고, 상사에게 이런 식으로 대들어 귀대도 할 수 없게 되자 얼떨결에 카르멘과 밀매업자들과 함께 하게 된다. 군인의 신분으로 반듯하게 살아가던 호세가 산속에서 밀매업자들과 생활하는 삶이 즐거울 리 없다. 게다가 고향에서 아직도 군인인 자신을 자랑스러워하고 있을 어머니를 생각하면 이루 말할 수 없이 괴롭기만 하다. 카르멘은 그렇게 축 쳐져 있는 호세가 못마땅하고 그렇게 싫으면 당장 떠나버리라고 사납게 군다. 여자가 남자에게 호감을 갖고 사랑에 빠지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남자의 매력은 한 마디로 열정이 가득한 모습이다. 어느 순간 열정을 잃고 방황하고 있는 호세가 카르멘은 지질하게 느껴질 뿐이다. 여자는 자기를 보호해 줄 수 있는 남자에게 끌리고, 그렇지 못할 것 같은 본능적인 느낌이 들면 그 남자가 싫어진다. 얼떨결에 선택한 길이었지만 오로지 카르멘을 사랑하는 마음만 가지고 산속에 까지 오게 된 호세는 계속 자기를 밀어내는 것 같은 카르멘과 매사 부딪히게 되고, 카르멘은 그런 호세가 계속 못마땅하고 점점 싫어진다. 그러던 어느 날 음침한 산속에 호세의 순수한 약혼녀 미카엘라가 등장한다. 호세를 찾아 그녀와 어울리지 않는 험한 곳에 찾아왔다. 그녀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아 Je dis que rien ne m'épouvante’라고 노래하며 애써 두려움을 참다가 어떤 소리에 숨는다. 카르멘을 잊지 못해 투우사 에스카미요가 산 속으로 찾아온다. 숨어 사느라 누더기를 걸치고 있는, 불안감 가득하고 자신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초라한 호세 앞에 인기 절정에 있는 멋진 투우사 에스카미요가 나타나 그를 자극하자 호세는 질투와 분노가 일어난다. 그렇게 결투를 하게 되고, 사람들이 몰려와 싸움을 말린다. 그 사람들 사이에는 카르멘도 있다. 에스카미요는 며칠 뒤 세비야에서 열리게 되는 자신의 투우 경기에 사람들을 초대하고 카르멘은 그 초대에 응한다. 당당하고 멋있는 에스카미요가 사라지자 호세는 질투심에 불타 카르멘을 다그치고 카르멘은 눈도 꿈쩍하지 않는다. 그때 미카엘라가 나타나 호세에게 어머니가 위독하다고 전하고 고향으로 돌아갈 것을 호소한다. 고향으로 어머니를 뵈러 가는 호세에게 카르멘은 빈정대고, 호세는 그녀에게 다시 돌아온다며 소리치고 미카엘라와 함께 산을 내려간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카르멘은 무서우리만큼 차가운 표정을 짓는다. 카르멘은 사실 처음부터 호세를 사랑한 적이 없다. 카르멘과 같은 여자들은 목적에 의해 사랑을 포장한다. 일반적으로 여자들은 사랑하는 사람이 원하는 것을 맞추려 하고, 희생하고 헌신하려는 성향이 있다. 하지만 카르멘은 자기의 목적이 있을 때에만 남자에게 맞추는 척하고, 결국은 자기가 원하는 대로 행동한다. 그런 모습이 남자들의 열정과 성취욕을 자극한다. 이것은 사랑이 아니다. 왜곡된 열정이고, 욕망이며 욕구일 뿐이다. 세비야의 투우장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다. 다들 알고 있듯이 투우는 스페인의 국민 스포츠이다. 경기에 참석하는 투우사들이 속속 등장한다. 그중 인기가 가장 많은 에스카미요가 등장하는데 놀랍게도 멋지게 차려입은 카르멘이 팔짱을 끼고 함께 나타난다. 호세가 떠난 새 카르멘은 자기를 신분 상승 시켜줄 수 있는 에스카미요의 마음을 받아주고 연인이 되었다. 에스카미요가 경기장으로 들어가자 카르멘의 집시친구들이 살기 등등한 호세가 곧 나타날 것이니 도망가라고 하지만 그녀는 들은 척도 않는다. 아니나 다를까 분노에 찬 호세가 나타났다. 그 사이 그렇게 애틋하게 여기던 어머니는 돌아가시고, 자기의 모든 것을 버리고 선택한 카르멘에게 애절하게 사랑을 구걸한다. 하지만 얼음보다 차갑게 카르멘은 호세를 버리고 환호성이 들리는 투우장을 향한다. 순간 이성을 잃은 호세는 카르멘의 등에 칼을 꽂고 카르멘은 쓰러진다. 너무 놀란 호세는 카르멘을 끌어안고 눈물을 흘리며 오페라는 막을 내린다. 남자의 진정한 사랑은 믿음과 책임감이다. 목적도 없고, 이유도 없는 사랑하는 사람을 보호하고 싶은 무한한 책임감이 남자의 진정한 사랑이다. 카르멘은 자기의 필요로 호세의 신분을 이용하였고 호세는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카르멘을 보호하였다. 그런 자신의 힘을 버리면서 사랑을 지키는 것은 진정한 보호가 아니다. 그것은 첫째는 자기 자신에게 그다음으로는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무책임한 일인 것을 호세는 몰랐다. 그래서 호세는 더욱 카르멘에게 집착하고 초라해질 수밖에 없었다. 카르멘은 그렇게 자기의 목적과 필요에 의해 남자를 이용하고 그 이용가치가 없어지자 무참하게 버려버리는 팜므파탈이다. 또 다른 관점에서 카르멘이 그런 악녀가 되어버린 것은 그녀의 성장과정과 환경에 의해 가지게 된 상처의 트라우마 때문이다. 그녀는 진정한 사랑을 받아보지 못하였고, 주는 사랑의 기쁨이 무엇인지 배우지 못했으며, 무시당하고, 이용당하면서 사람을 믿고 신뢰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불쌍한 여자이다. 여자는 자기가 사랑받는 존재임을 인식하고 그 사랑을 아낌없이 나눠줄 때, 즉 건강한 모성애를 발휘할 때 가장 아름답고, 가장 행복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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