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오페레타 '박쥐' 작곡 배경
신화나 전설, 또는 과거의 문학작품을 소재로 만들어지던 오페라가 귀족사회를 풍자하고, 사회를 비판하고, 서민들의 이야기를 다루며 그 내용의 폭이 넓어지면서 대중들의 인기를 끌어가게 된다. 19세기 후반에 들어서는 파리와 빈을 중심으로 오늘날의 영화나 드라마처럼 일상생활의 이야기를 다루거나, 신화 속 이야기들을 현실판 이야기로 패러디하여 재미있고,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만들어진다. 이를 작은 오페라라는 의미의 ‘오페레타’라고 한다. 오페레타는 오페라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음악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아리아(노래) 외에 대사 부분이 있고, 춤과 같은 화려한 볼거리를 함께 제공하여 보다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적 요소를 더욱 갖추게 되었고, 이것이 미국으로 건너가 뮤지컬로 발전하게 되었다. 왈츠의 황제로 불리는 요한 슈트라우스 2세는 별명처럼 주로 무곡, 왈츠를 작곡하다가 1870년(45세)에 어머니와 동생 요제프 슈트라우스가 모두 세상을 떠나자 충격에 빠지게 되었다. 하지만 오펜바흐와 수페 등에게 자극을 받아 오페레타를 작곡하기 시작하면서 힘든 상황을 극복하기 시작했고, 그 과정 중에 리하르트 게네가 쓴 대본에 곡을 붙여 나온 오페레타 중 하나가 ‘박쥐’이다. 오페레타 ‘박쥐’는 3막의 코믹 오페레타로 귀족들의 비윤리적인 행태를 비웃는 풍자적 내용을 그리고 있다.
오페레타 '박쥐' 줄거리
오페레타 박쥐의 이야기는 1800년대 말 오스트리아 빈에서 일어나는 이야기이다. 돈 많은 한량인 아이젠슈타인 남작, 그의 아름다운 아내 로잘린데는 소위 쇼 윈도우 부부이다. 아이젠슈타인은 기회만 있으면 호시탐탐 아름다운 여인을 탐하려 하고, 결혼 전 로잘린데의 연인이었던 알프레드는 아직도 그녀를 잊지 못하고 창 밖에서 사랑의 세레나데를 부르며 그녀의 주변을 맴돌고 있다. 로잘린데는 연인이 있었음에도 아이젠슈타인의 지위와 돈, 즉 남편의 조건을 보고 결혼을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가 부부로써 가져야 할 책임감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였다면 사이좋은 행복한 부부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남편 아이젠슈타인은 아내를 남에게 보여지는 트로피로 여길 뿐 아끼고, 사랑하여 책임을 다하려 하지는 않았다. 로잘린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자신의 미모를 무기로 남편이 자신을 사랑할 것이라는 기대를 했을 것이다. 자기의 생각대로 되지 않자 자기를 잊지 못하고, 주변을 맴도는 옛 연인을 쳐내지 않고, 자기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사랑을 갈구하는 심리장애에 빠지게 되었다. 로잘린데의 하녀 아델레는 밝고, 명랑하지만 허영기가 많은 배우지망생이다. 마침 오를로프스키 공작의 가면무도회가 열리는 것을 알고 무도회에 가기 위해 숙모님이 아파 문병을 가야한다며 로잘린데에게 거짓말을 하지만 로잘린데는 외출을 허락하지 않는다. 알프레드가 로잘린데 찾아오자 로잘린데는 당황하며 남편이 세금문제로 관공서 비방 죄를 저질러 일주일 구류 선고를 받아 오늘 교도소에 자진 출두를 할 예정이니 남편이 가고 난 다음에 만나자고 달랜다. 한편 아이젠슈타인은 형량을 줄이지 못한 변호사에게 화를 내는 동안 친구인 팔케가 나타나 구류를 다음날로 미루고 오를로프스키 공작의 가면무도회에 가자며 유혹한다. 무도회에 아름다운 여인들이 많이 온다는 말에 솔깃한 아이젠슈타인은 무도회에 가기 위해 준비를 한다. 아이젠슈타인은 재산을 축척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자신의 힘은 돈에서 나온다고 생각하는 물질만능주의자이다. 또한 그런 재력을 이용하여 자신의 재미와 즐거움인 바람기를 즐기는 쾌락주의자이기도 하다. 그런 그에게는 진정한 행복은 없다. 그저 순간의 즐거움을 추구하다 결국 파멸에 이를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가면무도회에 아이젠슈타인이 곡 참석하게 하려는 것은 사실 예전에 아이젠슈타인에게 속아 창피를 당했던 일을 복수하기 위한 팔케의 철저한 계획이었다. 아무리 친한 사이라 할지라도 장난이 과해서 상처를 받게 되었다면 그 관계는 변할 수 있다. 친분관계가 깨질 수도 있고, 장난기 섞인 복수를 할 수도 있지만 감정 상하는 복수를 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 여자들은 복수를 하고 안 하고를 떠나서 감정이 상해 친분관계가 깨질 확률이 높다. 남자들은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그 일을 통해 재미와 즐거움을 느끼게 되면 시간이 지난 후 일종의 무용담이 되기도 한다. 남편이 교도소로 가는 줄 알고 있는 로잘린데는 알프레드와 단 둘이 있기 위해 하녀인 아델레의 외출을 허락한다. 이때 아이젠슈타인, 로잘린데, 아델레가 부르는 3 중창‘그럼 난 혼자 남아야 하는군요. So muss allein ich bleiben’은 겉으로는 교도소에 가는 남편과 혼자 남을 아내를 서로 걱정하는 척, 외출 허락을 감사하는 척하며 애틋해 보이지만, 아름다운 여자들이 가득한 무도회와 애인 알프레드와 보낼 밀회의 시간, 주인의 드레스를 몰래 훔쳐 입고 갈 화려한 파티에 대한 기대를 하는 내용으로 모두 딴생각을 하는 오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남편과 하녀가 나가고 집에 로잘린데 혼자 남자 옛 연인 알프레드가 나타나고, 혹시라도 다른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아이젠슈타인의 옷을 입은 알프레드가 ‘술과 사랑만 있다면 아무것도 필요 없네 Trinke, Liebchen, trinke schnell’을 부르며 로잘린데와 사랑을 속삭이며 만찬을 즐긴다. 로잘린데는 결혼 후 경제적으로는 넉넉하지만 돈을 벌기 위해서는 불법도 불사하는 바람둥이 남편에게 받은 상처를 옛 연인 알프레드의 왜곡된 사랑을 통해 위로받으려 한다. 하지만 이들의 관계는 진정한 사랑이 아니다. 만약 로잘린데와 알프레드의 관계 속에 진정한 사랑이 있었다면 자기의 위기 상황에 서로를 이용하지 않는다. 순간의 열정과 욕망으로 사랑이라 착각했을 뿐 결국 위기에 처했을 때 발뼘하고, 자기의 감정을 위해 상대의 감정을 이용했을 뿐이다. 대부분의 외도로 인해 맺어지는 관계는 그러하다. 하지만 아이젠슈타인의 자진 출두가 늦어지자 교도소장 프랑크가 그를 직접 연행하기 위해 집으로 들이닥친다. 불륜을 들키게 된 로잘린데가 교도소로 가기 전 식사를 한다는 변명에 프랑크는 알프레드를 아이젠슈타인으로 오인하고 그를 직접 연행해 간다. 오를로프스키 공작의 집에서는 화려한 가면무도회가 열리고 있다. 공작은 사람들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권하고, 이에 팔케는 예전 가면무도회가 끝난 후 박쥐 분장을 한 취해 있는 자신을 거리에 버려두어 한낮에 사람들에게 창피를 당하며 집으로 걸어갔던 일을 이야기하며 곧 박쥐의 복수를 보게 될 거라며 신나서 이야기한다.. 아이젠슈타인 남작은 르나르 후작으로 변장을 하고, 하녀 아델레는 연예인 지망생으로, 로잘린데는 헝가리 백작부인으로 변장을 하여 이 무도회에 참석하였다. 그들은 각각 다른 목적을 가지고 있다. 아이젠슈타인은 바람기가 발동해 예쁜 여자와 놀아볼 목적을, 아델레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아 돈 많은 귀족을 소위 스폰서로 잡아 연예계로 진출하려는 목적을, 외도하는 로잘린데는 남편의 약점을 잡아 자신의 잘못을 숨기고, 남편의 재력을 휘두르고 싶은 목적을 가지고 있다. 이런 난장판 무도회에서 아이젠슈타인 남작은 아델레에게 자기 집 하녀와 닮았다고 알은체를 하자 웃음의 아리아로 알려진 ‘존경하는 후작님 Mein Herr Marquis’를 부르며 시치미를 떼고, 슈발리에 샤그랑이라는 남자로 변장한 형무소장 프랑크를 만나 같이 춤을 춘다. 아름다운 여인을 찾던 아이젠슈타인 남작은 가면을 쓴 헝가리 백작부인을 소개받아 그녀에게 반하게 되는데 그녀가 바로 자신의 아내 로잘린데인 것을 모르고 자신의 회중시계로 유혹하려고 한다. 하지만 오히려 로잘린데는 그가 자신의 남편인 줄 알고 그 회중시계를 남편의 외도 증거로 교묘하게 빼앗아 버리고 헝가리 민속 춤곡 ‘고향의 노래여 Czardas’를 부른다. 사람들은 ‘샴페인의 노래 Champagne song’를 부르고, ‘천둥번개 폴카 Thunder And Lightning’, ‘박쥐 왈츠 Die Fledermaus Waltz’등에 맞추어 춤추며 무도회를 즐기다 아침 6시를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자 하나 둘 무도회장을 떠나고 아이젠슈타인도 술에 잔뜩 취한 채 허겁지겁 교도소로 간다. 아델레도 슈발리에 샤그랑이라는 남자를 찾아 교도소까지 오게 된다. 이미 아이젠슈타인을 잡았다고 생각했는데 또 다른 남작이 나타나자 알프레드의 정체가 밝혀진다. 로잘린데도 교도소로 와서 알프레도와의 관계가 들통나자 무도회에서 남편에게 빼앗은 회중시계를 꺼내 남편의 외도사실을 폭로한다.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서로 속고 속이며 난장판이 되어 버리자 사람들은 서로의 잘못을 용서할 수밖에 없었고, 이 모든 것이 박쥐 팔케의 복수를 위한 계략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사람들은 다 함께 샴페인을 예찬하는 ‘오, 박쥐! 오, 박쥐! O Fledermaus, o Fledermaus!’를 화해의 노래로 부르며 막이 내린다. 신분 제도가 무너지고 사회가 혼란해지니 귀족들은 자신의 권력과 돈을 과시하기 위해 몸부림치고, 비참한 자신들의 상황을 벗어나고 싶은 시민계급과 하인들은 그런 귀족들의 행태가 난장판으로 보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어떤 시대, 어떤 사회이든 암묵적인 신분은 존재한다. 하지만 그 신분을 높고 낮음의 계급으로 착각하면 좋은 관계, 좋은 사회를 만들 수는 없다. 사람은 관계 속에서 행복을 느낀다. 개인적으로든 집단적으로든 절대 나 혼자, 우리만 행복할 수는 없다. 내가 행복하려면 내 환경이 좋아야 한다. 그 환경이라 함은 돈이나 편리함과 같은 물리적인 것일 수도 있지만 나와 얽혀 있는 인간관계도 또 다른 의미의 환경이라 할 수 있다. 결국 행복은 좋은 인간관계에서 나온다는 것은 진리이다. 그러려면 서로에 대한 존중과 관계에 대한 책임은 행복한 삶을 위해 갖추어야 할 덕목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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