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희의 '커피 칸타타' 개요
요즘은 쌀보다 커피를 더 많이 먹는 시대인 것 같아요. 커피를 하루에 3-4잔씩 마시는 것이 건강에 좋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단, 설탕과 크림을 넣지 말아야 하지요. 언제부터인가 커피 한 잔으로 하루를 시작하거나 식사를 하고 나면 커피를 꼭 마시는 사람들이 많이 생겨났습니다. 커피 산업이 발달하다 보니 커피의 종류도 엄청 다양해졌습니다. 원두를 갈아 직접 손으로 정성스럽게 내리는 드립커피를 비롯해 믹스커피를 포함한 갖가지 인스턴트커피, 캡슐커피, 드립백커피, 더치커피, 이 중에서 믹스커피(1인분 포장스타일)는 우리나라 동서식품에서 세계 최초로 개발해서 상품화했다는 사실을 혹시 알고 계시나요? 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한국선물 중 하나라고 하네요. 유럽에서 커피가 유행하기 시작한 것은 17세기 무렵입니다. 17세기말 영국을 거쳐 독일로 커피가 들어갔고, 그 열풍이 대단했다고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커피에 푹~~ 빠지게 되었다네요. 독일보수층은 커피가 그들 고유의 음료와 맥주를 위협하는 격이 낮고, 천박한 음료라고 여겼답니다. 심지어 의사들은 여성이 커피를 마시면 불임이 되고 얼굴이 검게 변한다고 경고했다네요. ㅎㅎ 이에 당시 왕이었던 프리드리히 대왕은 사치를 막는다는 취지로 커피를 단속하기까지 했다네요. 독일의 음악가들 중에서도 커피를 사랑했던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 중에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바흐, 브람스, 베토벤은 커피를 아주 즐겨 마셨다는군요. 바흐는 법적으로 커피금지령이 내리자 자기가 할 수 있는 음악으로 시위를 하였습니다. 당시 라이프치히의 성 토마스 교회에서 매주 종교 칸타타를 작곡하던 바흐는 결국 '커피 칸타타'라는 세속 칸타타를 작곡해 발표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칸타타: 17세기에서 18세기까지 바로크 시대에 발전한 이야기가 있는 성악곡의 한 형식. 독창ㆍ중창ㆍ합창과 기악 반주로 이루어지며, 이야기를 구성하는 가사의 내용에 따라 세속 칸타타와 교회 칸타타로 나눈다. (출처: 표준국어대사전) 라이프치히에 있는 짐머만 커피하우스에서 콜레지움 무지쿰의 공개 연주회로 ‘커피 칸타타’를 발표를 하였습니다. 이 짐머만 커피하우스는 당시 바흐가 이끌던 대학생들로 구성된 ‘콜레기움 무지쿰’이라는 연주단이 활발하게 연주활동을 했던 장소였습니다. 이 카페에서는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한 음악가들을 포함하여 공부를 하고 있는 많은 신인 음악가들이 신작을 발표하고 음악인들과 어울리며 연주활동을 펼치며 다양한 문화교류를 했다고 하네요. 바흐의 '커피 칸타타'는 커피를 금지하는 나라의 정책을 비꼬는 음악이기도 했지만 짐머만 커피하우스(카페)와 커피를 광고하는 일종의 최초의 광고음악이 되기도 했습니다.
커피 칸타타 내용
‘커피 칸타타’로 알려져 있는 이 칸타타의 원래 제목은 ‘Schweight Stille, plaudert nich 조용히! 떠들지 마세요.’입니다. 이 곡은 내레이션을 맡은 테너와 Lieschen(리셴: 신은 완벽하다)이라는 이름의 딸 역할의 소프라노, Schlendrian(쉬렌드리안: 구식, 보수)라는 이름의 아버지 역할의 베이스, 세 사람의 솔로와 중창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쳄발로(피아노 발명 전)와 현악합주가 반주를 담당하는데 보수적인 아버지의 성격을 베이스(바소콘티누오)가 따라가며 강조를 하고, 발랄하고 개방적인 딸의 성격과 커피 향이 퍼지는 모습을 표현한 플루트의 멜로디가 소프라노와 어우려져 아름답게 표현합니다. 딸을 너무나 사랑하지만 말을 듣지 않아 속상해하는 보수적인 아버지의 저음과 톡톡 튀며 개방적이고, 자신감 넘치는 딸의 발랄한 고음의 조화를 느끼며 들어보면 이 칸타타의 매력을 더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커피 칸타타의 내용은 희극적입니다. 당시 바흐 시대에는 여성이 커피하우스 출입이 금지된 탓에 ‘커피 칸타타’의 소프라노 아리아는 남성 가수가 가성으로 불러(카운트테너) 더욱 희극적인 풍자 느낌을 주기도 했습니다. 아버지 쉬렌드리안은 커피를 너무나 좋아하는 딸 리셴이 걱정되고 못마땅해 속이 터질 것 같습니다. 이때 부르는 노래가 ‘Hat man nicht seinen Kindern 자식 낳아봐야 소용없다’입니다. 아버지는 계속 커피가 해로우니 마시지 말라고 잔소리를 하고, 딸 리셴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잔소리가 지겨워 짜증이 납니다. 자기는 하루에 커피를 세 번씩 마시지 않으면 죽을지도 모른다며 천 번의 키스보다 와인보다 더 달콤하고 부드럽다는 내용의 ‘Ei wie schmeckt der Coffee suesse 얼마나 커피가 좋은지’를 부릅니다. 쉬렌드리안은 ‘Madchen, die von harten Sinnen 고집불통 아가씨’라며 커피를 끊지 않으면 산책도 못하게 하고 예쁜 드레스도 안 사주겠다고 협박을 하지만 리헨은 커피만 마실 수 있다면 그런 것들은 다 상관없다며 커피에 대한 뜻을 굽히지 않습니다. 결국 아버지는 결혼을 하고 싶어 하는 딸의 약점을 잡아 커피를 끊지 않으면 결혼을 시키지 않겠다고 하자 딸은 고민을 하다 ‘Nun geht und sucht der alte Schlendrian 아버지 멋진 신랑감을 찾아주세요’라며 신랑감을 찾아주면 커피를 끊겠다고 합의를 보자 아버지 쉬렌드리안은 기뻐 당장 신랑감을 구하러 나갑니다. 그 사이 리셴은 결혼 계약서에 ‘커피 자유섭취 조항’을 써넣어 결혼도 하고, 커피도 자유롭게 마실 수 있는 계략을 세워 결국 아버지와 딸의 기싸움은 아버지도 모르게 딸이 승리합니다. '고양이는 쥐를 포기 못하고 아가씨들은 커피를 포기 못한다. 할머니도 어머니도 모두 커피를 마셨는데 어떻게 딸을 탓할 수 있느냐'는 내용의 ‘Die Katze lasst das Mausen nicht 쥐를 놓아주지 않는 고양이’라는 삼중창으로 칸타타는 끝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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