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조반니' 작곡 배경
피가로의 결혼을 대성공으로 이끈 후 모차르트는 또 다른 새로운 오페라를 써 줄 것을 의뢰를 받았다. 당시 사회 분위기는 18세기 후반의 계몽사상과 프랑스혁명을 성공적으로 이끈 자유주의가 넘쳐 났고, 사람들은 인간 본연의 삶에 가치를 두었으며, 그것은 당연히 오페라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전의 오페라는 신화의 내용이 중심이었다면 이 시대에는 삶의 희로애락과 현실의 사회 비판을 풍자한 내용이 많이 등장하게 되었다. 오페라 돈 조반니는 그 시대에 유행하던 익살스럽고 희극적인 요소를 갖춘 오페라 부파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내용은 사실 살인과 상처, 복수, 정의, 파멸 등 굉장히 복잡하고, 어둡고, 무겁다. 이러한 다양성을 모두 부각해 대중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예술적 가치를 이룬 작품이 바로 작곡가 모차르트의 오페라 돈조반니이다. 오페라 돈 조반니는 희대의 바람둥이 귀족에 대한 질책과 거기에 동조할 수밖에 없었던 하인 레포렐로에 대한 동정 또는 조롱, 거기에 놀아나는 여자들에 대한 한심한 마음, 성적 대상으로 언제나 약자인 여자를 바라보는 안타깝고 불편한 마음, 양심과 도덕을 거스르는 사람은 결국은 벌은 받는다는 권선징악의 내용 등을 담고 있다. 돈 조반니는 많은 남자들이 가지고 있는 정치적 야망이나 경제적·사회적 성공, 명예 등의 ‘따위’에는 관심이 없는 오로지 여자, 성, 쾌락만 좇는 사람이다. 오로지 여자, 순간의 쾌락에 모든 것을 거는 남자는 사실 왜곡된 열정을 쫓게 되는 심리에 문제가 생긴 사람이다. 물론 오페라의 내용은 돈조반니가 왜 그런 성격 갖게 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다. 하지만 돈 조반니가 자신의 재력과 신분을 이용하여 왜곡된 열정으로 여자와 쾌락을 좇는 사람이라고 한다면, 그 사람은 성장 과정 중에 지나친 억압과 강박에 의해 철저하게 외롭게 살 수 밖에 없었던 배경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추측을 해 볼 수 있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심지어 아이들이나 청소년들도 그리 다르지 않은 억압과 강박과 스트레스를 가지고 있다. 오페라 돈 조반니도 그러한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또 다른 감정의 선을 따라 오페라의 내용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돈 조반니' 줄거리
아름다운 여자만 보면 성취욕과 정복력에 불타는 귀족 돈 조반니가 기사장의 딸 돈나안나에게 반해 그녀의 약혼자 행세를 하며 한밤중에 그녀의 방에 침입한다. 돈나 안나는 그가 자신의 약혼자 돈 옥타비오가 아닌 것을 알아차리고 강하게 저항하자 돈 조반니는 그 자리를 피해 도망쳐 나오다 그녀의 아버지인 기사장에게 들켜 결투 끝에 그를 쓰러뜨리고 달아난다. 돈 조반니는 그렇게 도망 나와서 자신에게 버림받고 상처 받은 옛 여인 돈나 엘비라를 마주치는데 이런 골치 아픈 상황에 대한 뒤처리를 하인 레포렐로에게 부탁하고 사라진다. 돈 조반니의 이러한 행동은 심리적 관점에서는 다음과 같이 해석할 수 있다. 스트레스 상황에 놓여 진 남자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스트레스를 벗어나고 싶어 한다. 스트레스가 강하면 강할수록 그 상황을 벗어나고자 하는 마음도 더 강하게 발생하여 어떤 책임감도 윤리의식도 가지지 않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 때 레포렐로는 ‘카탈로그의 노래 Madamina! il catalogo’를 부르며 아직도 미련을 못 버리고 있는 돈나 엘비라에게 자신의 주인 돈 조반니의 실체를 낱낱이 알려준다. 레포렐로는 모든 것을 가진 귀족의 횡포에 대한 적대심과 아무것도 모르고 버림받아 상처받고 아파하는 엘비라를 위로하려고 하는 남자의 마음과 신분을 이용해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하고 다니는 주인을 부러워하는 이중적인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회적 약자이다. 자신의 하인에게 뒤처리를 떠넘기고 도망치는 중 마을의 결혼 잔치에서 아름다운 풋풋한 시골처녀 체를리나를 보고 또다시 한눈에 반해 그녀를 유혹하고, 체를리나는 그 유혹에 넘어간다. 이중창 ‘서로 손을 잡고 La ci darem la mano’은 노래만 들으면 아름답고 달콤하지만 그 상황을 알고 보면 음악이 아름답고 달콤한 만큼 안타까움과 불안감을 느낄 수 있다. 자신의 열정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여자를 통해 발현하고자 하는 심각한 관계 중독에 빠진 돈조반니와 강하고 멋진 남자에게 사랑을 받고 싶은 여우 같은 시골 처녀 체를리나가 밀당을 하는 노래이다. 하지만 그 순간 돈나 엘비라가 나타나 돈 조반니의 실체를 밝히고, 체를리나는 정신을 차리고 신랑 마제토에게 돌아간다. 돈나 엘비라는 사실 상처를 받고 배신감에 분노하며 복수에 불타있지만, 그녀의 속마음은 돈 조반니가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다시 그녀에게 돌아와 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받은 상처를 그 사람의 사랑으로 다시 치유받기를 원하는 모습이며, 이것은 아직도 그를 사랑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모든 것을 알게 된 돈나 안나와 돈 옥타비오가 돈나 엘비라의 말을 듣고 돈 조반니에 대한 복수를 결심하며 돈 옥타비오가 ‘그녀 마음의 평화를 위하며 Dalla sua pace’를 부른다. 한편 화가 난 남편 마제토에게 체를리나는 애교를 피우며 ‘때려줘요 오! 마제토 Batti, batti O bel Masetto’를 부르며 자신의 잘못을 빈다. 그런 와중에 아직도 돈 조반니는 포기할 줄 모른다. 결혼 잔치에서 춤을 추며 체를리나를 유인하려다 그녀의 비명에 놀라서 레포렐로에게 모든 것을 뒤집어씌우려다 실패하고 다시 도망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한 돈 조반니는 자신의 안전을 위하여 레포렐로와 옷을 바꿔 입고 도망가고, 아직도 돈 조반니를 잊지 못하는 돈나 엘비라에 대해 안쓰러운 마음에 그를 안심시키기 위해 돈 조반니 행세를 하는 레포렐로는 후회하는 척하면서 세레나데 ‘창가로 오라 그대 Deh viene alla finestra’를 부르며 그녀를 유혹하고 돈나 엘비라는 감동하여 함정에 걸려버린다. 한편 화가 난 마제토는 자기의 아내를 농락한 돈조반니를 찾아다니고, 레포렐로로 변장한 돈조반니는 마제토를 때려눕히고 무기를 빼앗아 달아난다. 그때 체를리나가 마제토에게 뛰어와 ‘만일 원하신다면 Vedrai Carino’를 부르며 그를 위로하며 함께 돌아간다. 돈나 안나의 집 정원에서 돈 조반니 행세를 하던 레포렐로는 체를리나, 마제토, 돈나 안나와 돈 옥타비오가 마주친다. 모두 용서할 수 없다며 살려두지 않겠다고 몰아세우자 돈나 엘비라는 사랑하는 연인 돈 조반니를 살라달라며 그를 지키려 한다. 이러한 상황에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두려움을 느낀 레포렐로는 자신의 정체를 밝히고 죄를 용서해 달라고 싹싹 빈다. 돈 조반니가 아님을 알고 좌절한 돈 옥타비오는 ‘나의 사랑을 위하여 Il mio tesoro intanto’를 부르며 꼭 복수해 주겠다며 돈나 안나를 위로하고 다시 한번 더 복수를 결심한다. 교회의 묘지에서 숨어서 돈 조반니와 레포렐로가 다시 만나고, 그동안 있었던 일을 서로 나눈다. 그때 기사장의 묘지에 세워져 있는 석상의 무서운 소리가 들리고, 아직도 자신의 잘못을 모르고 기고만장한 돈 조반니는 석상을 저녁 만찬에 초대한다. 레포렐로는 두려움에 떨고, 석상은 초대에 응답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 사이 돈나 안나의 집에서는 아버지의 죽음으로 절망에 빠져 자신과의 결혼을 생각하지 않는다며 서운해하는 돈 옥타비오에게 자신의 마음을 ‘아직 결혼을 말하지 마세요 Non mi dir’라며 노래하며 돈 옥타비오의 이해를 바란다. 돈 조반니는 자신의 성에서 인생의 즐거움을 이야기하며 만찬을 즐긴다. 쾌락에 빠진 남자는 오직 재미와 즐거움이 행복이라고 착각한다. 이때 돈나 엘비라가 찾아와 마음을 잡고 잘못을 뉘우치기를 종용하지만 돈 조반니는 외면한다. 늘 자신의 즐거움에 대해 잔소리하고 발목을 잡는 돈나 엘비라는 돈 조반니에게 더 이상 사랑스러운 여자가 아니라 스트레스의 대상일 뿐인 것이다. 그때 누군가가 찾아와서 보니, 문밖에 묘지에서 보았던 기사장의 석상이 서 있다. 돈나 엘비라와 레포렐로는 두려움에 떨고, 돈 조반니는 칼을 들고 다가간다. 돈 조반니는 석상이 내민 손을 아무렇지도 않게 잡고는 당당한 모습을 보이려 하였지만 석상은 그를 지옥의 불길로 던져버린다. 결국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고 자신의 죄를 뉘우치지 않으면 벌은 받는다는 등장인물들의 합창 속에 막을 내린다. 돈 조반니는 계속 사람들의 원망과 분노를 받고 더 나아가 위협을 느끼기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멋대로 살려고 했다. 어쩌면 인정받고, 칭찬받기 위해 언제나 스스로를 억압하였지만, 인정을 받기보다는 더 나음을 종용받으며 낮은 자존감과 외로움에 몸부림치다 결국 순간의 만족과 재미를 쫓는 희대의 바람둥이로 살게 된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물론 그러한 모습을 이해하고, 두둔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시대가 달라지고, 사회 문화적인 배경이 다르지만 비슷한 억압과 스트레스를 가지는 사람들은 분명히 있다. 그 형태는 다르지만 쉽게 유희와 쾌락을 통해 자신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려는 잘못된 습관을 가지게 되는 경우가 왕왕 있다. 반대로 진정한 자유와 멋있는 열정, 위대한 성취를 이룰 수 있는 여러 가지 기회와 그렇게 해야 하는 이유는 현실에서는 어디엔가 꼭 존재한다. 똑같이 힘든 상황에 놓였다 하더라도 그것을 극복하기 위하여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인생은 완전히 달라진다. 올바른(?) 열정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할 줄 아른 사람이 진짜 멋있는 사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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