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작곡 배경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은 프랑스의 극작가 보마르셰의 ‘피가로의 3부작’ 중 제2편‘피가로의 결혼’이라는 희곡을 바탕으로 로렌쪼 다 폰테의 대본에 모차르트가 곡을 붙였다. 내용은 로시니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 후편이지만, 오페라는 로시니의 ‘세비야의 이발사’ 보다 30년 먼저 작곡되었다. 전편인 ‘세비야의‘ 이발사’도 마찬가지이지만 가장 중심의 이야기는 ‘사랑’이다. ‘세비야의 이발사’에서 열정 넘치는 남자 알마비바 백작과 아름다운 여자 로지나는 사랑을 하고 우여곡절 끝에 결혼을 하게 된다. 결혼해서 그들이 살고 있는 세비야 인근의 백작과 백작 부인의 저택을 배경으로 백작 부인의 하녀인 수잔나가 중심인물로 새롭게 등장한다. 그들과 그들을 둘러싼 주변 인물들 사이에서 여러 가지 소란스러운 일들이 벌어진다. 전편에서 평민인 로지나와 귀족인 알마비바가 결혼한 것처럼 ‘피가로의 결혼’도 계급 사회라는 신분 제도에 정면으로 맞선 내용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스토리 자체는 피가로와 수잔나의 사랑이 결실을 맺어 결혼을 하고, 백작과 백작 부인이 다시 화합을 하게 되는 해피앤딩이지만 백작의 결혼을 성사시킨 공로로 백작의 하인이 된 피가로와 백작 부인의 하녀인 수잔나의 작전에 귀족인 알마비바 백작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무릎을 꿇게 되는 스토리이다. 귀족 사회에서 억압되어 있던 평민들은 그들의 분노와 트라우마를 예술적 풍자를 통해 해소하려고 했을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보마르셰가 처음 희곡을 발표하여 연극으로 무대에 올려졌을 때 프랑스와 오스트리아에서 ‘피가로의 결혼’은 상영이 금지되기도 했다. 모차르트는 이에 굴하지 않고, 배경과 등장인물을 살짝 수정해서 오페라를 만들어 무대에 올린다. 재미있고 통쾌한 내용의 스토리와 아름다운 음악 때문에 피가로의 결혼은 성공을 거두었다. 이 이야기가 귀족 사회를 무너뜨린 프랑스혁명에 불 지핀 예술의 한 귀퉁이임을 부인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어릴 때부터 모차르트와 인연이 있었던 프랑스의 왕비 마리앙투아네트는 그것이 자기를 죽일 칼이 될지도 모르고 귀족을 무너뜨리는 혁명적 내용에는 상관없이 오페라의 재미에만 빠져 베르사유 궁으로 모차르트를 초대해 '피가로의 결혼'을 상영했다고 한다.
'피가로의 결혼' 줄거리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에서 백작 부인의 하녀 수잔나와 백작의 하인이 된 피가로는 사랑하는 사이이고, 결혼을 앞두고 있다. 그런데 수잔나와 피가로의 신혼 방이 백작의 침실과 가까운 것이 수잔나는 영 찝찝하다. 그렇게 뜨겁게 사랑해서 결혼을 한 백작과 백작부인이었건만, 둘 관계는 점점 시들해진 것 같고, 백작이 초야권을 핑계로 수잔나에게 계속 집적대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초야권은 옛날 왕이나 귀족들이 하녀가 결혼을 하게 되면 첫날밤을 자신과 보내야 한다는 말도 안 되는 법이었다. 이런저런 문제와 반발 때문에 의식 있는 귀족들이 초야권을 없애기 시작했고, 알마비바 백작도 의식 있는 척하기 위해서 초야권을 폐지하겠다고 선언한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작 부인인 로지나와의 관계가 익숙해지고 열정이 식자 바람둥이 기질이 드러나면서 이중적 모습을 보인 것이다. 그 시대의 귀족들 중에서도 자기의 신분에 대한 책임감을 제대로 배우고, 잘 성장한 훌륭한 남자가 없지 않았겠지만, 많은 경우 몰지각한 귀족들의 행패에 반발하는 시민 계급의 힘이 세지면서, 거저 주어진 자기들의 권력을 지키기 위한 몸부림으로 오히려 스스로 타락의 길로 더 몰아가는 결과를 낳았을 것이다. 남자와 여자가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하여 현실을 살다 보면 남자는 아내와 가정에 대한 책임감을 갖게 되고, 여자는 희생하고, 헌신하는 모성애의 마음이 강화된다. 미래의 행복을 기준으로 갖는 남자의 심리는 언제나 강한 열정을 향해 움직이는데 결혼을 하고 일정 기간이 지나 익숙함과 현실의 무게감을 스트레스로 인식하게 되면 남자의 열정은 외부로 향하게 된다. 책임을 위해 더 열심히 일하고, 성공을 위해 달리기도 하지만, 엉뚱하게 그러한 열정이 취미 생활이나 술, 여자 등 화목한 가정생활을 방해하는 곳으로 향하기도 한다. 그런 남자의 열정이 남자의 진정한 사랑인 무한한 책임을 가진 아내를 향하고 있으면 좋으련만.... 아내들은 현실의 익숙함에 편안함을 추구하면서 어느새 억센 아줌마, 남자가 결혼하기 전 잔소리하는 엄마와 비슷한 익숙한 모습, 아이들의 엄마, 기대고 싶은 누나, 귀여운 여동생의 모습으로 느껴지기 도 한다. 남자는 언제나 아내가 여자이기를 원한다. 자기를 진심으로 응원해 주고 인정해 주면서도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여자. 그래야 남자는 아내를 그놈의 열정을 발휘할 수 있는 여자로 인식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여자들은 남자들이 언제나 이기적인 것으로 느껴진다. 백작과 백작부인도 결혼을 하고 처음에는 알콩달콩 행복했을 것이다. 하지만 후견인의 감시 속에 갇혀 살았던 로지나는 어린 나이에 귀족 신분에 바람둥이였던 백작과 결혼을 하여 남편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몰랐을 것이다. 백작에게 백작부인은 잡아놓은 물고기이고, 그냥 자신의 몸에 당연하게 붙어 있는 오른팔이고, 전혀 인식하가나 노력하지 않아도 뛰고 있는 내 몸속의 심장일 뿐, 더 이상은 쟁취해야 하거나 치열하게 지켜야 하는 대상이 아닌 것이다. 남자에게 열정은 생명과도 같은 것이기에 자기도 모르는 사이 습관처럼 바람둥이 기질을 발휘하여 풋풋하고 순진한 수잔나에게 스스로 없애겠다고 선언했던 초야권을 핑계로 열정을 일으키며 눈독을 들이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을 알아차린 피가로는 계략을 세워 백작을 곤경에 빠뜨려 복수를 결심한다. ‘가만 두지 않겠다.’라는 마음으로 노래하는 아리아가 ‘백작 나리, 춤을 추시겠다면 기타를 연주해 드리지요. Se vuol ballare, signor Contino, il chitarrino le suonero’이다. 피가로도 자신의 사랑하는 여자를 지키려는 남자이다. 남자와 남자는 설령 아버지와 아들 사이라고 하더라도 그들의 심리는 서로 경쟁하는 관계이다. 하인의 신분이었기에 노골적으로 드러내지는 못했겠지만 피가로에게도 사랑하는 여자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행복을 위협하는 상대를 이기려는 열정과 성취욕의 심리가 강하게 작용하게 된다. 이뿐만 아니라 피가로는 예상하지 못했던 여러 가지 복잡한 일이 생긴다. 백작의 저택에서 일하는 하녀장 마리첼리나는 나이가 아들 벌인 피가로와 결혼을 하고 싶어 한다. 사랑받고 싶은 욕구를 가진 여자가 자신을 봐주는 남자가 없으니 돈을 빌려주며 받은 서약을 무기로 젊은 피가로와 결혼을 꿈꾸게 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피가로에게 좋지 않은 마음이 있는 바르톨로와 수잔나에게 흑심이 있는 백작까지 서로서로 이용하려고 한다. 한편 귀족 집안의 자제로 백작의 집에 심부름을 하며 일을 배우러 왔던 케루비노는 한참 예쁜 여자만 보면 어쩔 줄 모르는 사춘기 소년이다. 심지어 아름답고 품위 있는 백작 부인을 마음에 두고 있다. 그럼에도 천방지축 정원사의 딸 바르바리나와 밀회를 하다가 집에서 쫓겨날 위기를 모면하고자 수잔나에게 부탁을 하러 간다. 사춘기 소년도 아직 성인은 아니지만 남자다. 자신의 열정을 어떻게 통제해야 하는지 모르는 사춘기 소년의 갈팡질팡하는 마음을 잘 표현한 노래가 ‘나도 나를 알 수가 없어. Non so piu cosa son’이다. 케루비노가 백작부인과의 사이가 수상하다는 소문을 듣게 된 백작은 케루비노를 군대에 보내버리려고 한다. 자기는 바람을 피워도 자기의 아내는 자기만 바라보고, 그 자리에 언제나 있어주기만 바라는 것이다. 피가로는 군대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케루비노를 위로하기도, 놀리기도 하는 노래를 부르는데 이것이 피가로의 유명한 아리아 ‘다시는 날지 못하리, 이 나비들 Non piu andrai’이다. 백작 부인은 백작의 사랑이 식어가는 것을 느끼고 상처를 받는다. 자신의 슬픔 마음을 ‘사랑의 신이여, 불쌍히 여기소서. Porgi amor’라고 애절하게 표현한다. 수잔나와 백작부인은 백작의 바람기를 잠재우기 위해 골탕 먹일 계획을 세운다. 그곳에 케루비노는 백작부인에게 군대에 가기 전 작별 인사를 하러 왔다며 ‘사랑은 어떤 것일까 Voi che sapete che cosa e amor’를 부르면서 사랑의 괴로움을 표현한다. 그때 갑자기 백작이 들이닥치는 바람에 상황이 뒤죽박죽이 되어버리고, 백작도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이 생기는 것이 의아하다. 수잔나와 백작 부인은 결혼식 날 밤에 백작을 정원으로 불러내고, 수잔나로 변장한 백작 부인이 나가서 백작을 곤경에 빠뜨려 바람기를 잡자는 계획을 세운다. 수상한 기운을 느낀 백작은 수잔나와 피가로의 결혼을 방해하기 위해 피가로와 마르첼리나가 결혼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리지만 우연히 피가로가 마르첼리나의 오래전 잃어버린 아들임을 알게 되어 그 결혼은 무효가 되고, 결국 수잔나와 결혼을 올릴 수 있게 된다. 백작이 수잔나에게 흑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아는 백작 부인은 상처의 마음으로 ‘그리운 시절은 가고 Dove sono i bel momenti’를 부른다. 이렇게 다른 마음을 갖게 된 남편이 밉고, 상처를 받았지만, 용서하고 다시 행복을 꿈꾸는 백작부인은 여전히 남편을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백작 부인과 수잔나는 계획대로 백작을 정원으로 유인할 편지를 쓴다. 이때 부르는 노래가 영화 쇼생크 탈출에서 더욱 유명해진 편지의 22 중창‘산들바람은 불어오는데 Che soave zeffiretto’이다. 내용은 저녁에 정원에서 만나자는 단순한 내용이지만, 그 속에 흐르는 분위기는 간절하고 애절하다. 곧이어 피가로와 수잔나가 결혼식을 올린다. 결혼식이 무르익었을 때 수잔나는 백작부인과 함께 쓴 편지를 백작에게 전한다. 저녁이 되자 정원에는 서로 옷을 바꿔 입은 수잔나와 백작 부인이 나타나 가짜 수잔나(변장한 백작 부인)만을 남겨두고 숨는다. 이런 과정에서 피가로도 수잔나가 진짜 백작을 원한다고 오해를 하게 되고, 숨어있는 백작 부인 옷을 입은 수잔나가 이를 눈치채고 일부러 백작과의 밀회를 기다린다는 ‘빨리 오라, 기쁨의 순간이여 Deh vieni, non tardar’라며 행복에 취한 것처럼 노래를 부른다. 이에 피가로는 더욱 화를 내고, 케루비노가 나타나 가짜 수잔나를 놀려댄다. 이어 나타난 백작은 수잔나 옷을 입고 있는 백작 부인을 수잔나로 알고 달콤한 말로 다가가고, 피가로도 수잔나를 백작 부인이 생각한다. 하지만 피가로는 목소리를 듣고 수잔나임을 알게 된다. 피가로가 이에 질 새라 백작 부인을 사모한다고 말하자 화가 난 진짜 수잔나는 정체를 드러낸다. 하지만 바로 백작이 나타나자 둘은 계속 연극을 하여 백작을 자극한다. 이것을 본 백작은 놀라고 화가 나 모두를 불러 모으고, 자기가 집적 댄 여자가 수잔나가 아닌 백작 부인임을 알게 되면서 창피를 당하게 된다. 백작은 자신의 잘못을 싹싹 빌고, 백작 부인은 모두를 용서한다고 선언하면서 해피앤딩으로 막을 내린다. 부부의 사랑을 성적인 끌림으로만 설명하기에는 너무 가볍다. 부부는 열정으로 시작해 켜켜히 시간과 세월이 쌓이면서 서로가 서로의 생활 그 자체가 되어간다. 서로에 대한 책임감과 희생과 헌신으로 채워진 시간들과 그 세월 속에 서로에게 만들어진 '정'과 같은 끈끈함으로 부부의 관계가 얽히게 된다. 이러한 이유가 예나 지금이나,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부부의 인연은 쉽게 끊기 힘든 이유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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