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흐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작곡배경
요한 세바스찬 바흐는 충실한 루터파 신자로서 가장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대부분의 시간을 교회에서 오르간 연주나 음악감독으로 보내며 교회 음악을 작곡했습니다.
그러던 중 1717년, '쾨텐'이라는 새로운 도시를 무대로 그의 창작 활동은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었습니다. 바흐가 바이마르 궁에서 교회 음악가로 일할 때, 쾨텐공국의 궁정 음악감독 자리를 제안받았습니다. 쾨텐에서 바흐는 음악을 굉장히 사랑하는 '레오폴트' 공과 함께 일하게 되었습니다. 레오폴트 공은 단순히 음악을 좋아할 뿐 아니라 아마추어 연주자였으며, 바흐에게 교회 음악 대신 그가 즐길 수 있는 기악 음악 작곡을 요청했습니다. 이로 인해 바흐는 예배를 위해 매주 시간에 쫓기며 작곡해야 했던 과거와 달리, 쾨텐에서는 음악을 편안하게 작곡할 수 있었습니다. 그의 월급도 증가하여 음악에 부담 없이 전념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편안한 환경에서 바흐는 다양한 걸작을 창조해냈습니다. '무반주 첼로 모음곡', '평균율 클라비어 곡집 1권', '무반주 바이올린을 위한 소나타와 파르티타', '바이올린 협주곡' 등을 작곡했고, 그중 '브란덴부르크 협주곡'은 그의 대표작 중 하나로 꼽힙니다.
이 곡은 바로크 음악의 가장 유명한 곡 중 하나로, 각 악기의 특성을 최대한 살려 작곡된 여섯 곡의 협주곡입니다. 바흐는 바이마르에서 일하던 시절, 이탈리아 협주곡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비발디, 텔레만, 코렐리 등의 이탈리아 작곡가들의 악보를 분석하고 필사하면서 협주곡 양식을 습득했습니다. 이러한 경험이 바흐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작곡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브란덴부르크 협주곡'은 브란덴부르크 공국의 '크리스티안 루드비히 폰 브란덴부르크' 공작에게 바친 곡으로, 그의 이름을 따서 제목도 그대로 지었졌습니다.
그러나 바흐의 쾨텐에서의 행복한 시간은 7년 만에 종료되었습니다. 음악을 좋아하지 않는 여인과 결혼을 하게 된 레오폴트 공의 변화로 인해 바흐의 입지는 점차 줄어들어, 그는 다른 곳으로 이직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란덴부르크 협주곡'은 바흐가 자신의 음악적 역량을 브란덴부르크 공작에게 보여주기 위해 작곡한 곡이라고 전해지기도 합니다.
바흐의 일생에 대해서는 아래 링크를 참고하세요.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음악구성
바흐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은 그의 협주곡 중에서도 뛰어난 명작으로 평가되며, '합주협주곡'이라는 장르에서도 최고의 작품으로 꼽힙니다. '합주협주곡'은 바로크 시대의 특정 협주곡 형태로, 여러 독주자들이 함께 연주하는 특성 때문에 현대 음악회에서 자주 접하는 협주곡과는 다릅니다. 일반적으로 협주곡은 '독주 악기와 오케스트라가 함께 연주하는 기악곡'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는 주로 고전주의 시대 이후에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바로크 시대의 경우 '관현악 협주곡', '합주 협주곡', '독주 협주곡' 등 다양한 형태의 협주곡이 존재합니다. 바흐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은 독주 그룹과 합주 그룹이 대비되는 '합주 협주곡'으로 분류되지만, 각 곡마다 다양한 특징들이 나타나서 단순히 '합주 협주곡'으로만 한정 짓기 어렵습니다. 이 작품에서는 바흐의 시대에 사용 가능했던 대부분의 악기들이 동원되었고, 그 결과로 다양하고 화려한 악상을 만들어냈습니다. 예를 들어, 트럼펫, 플루트, 오보에, 바이올린이 독주 악기로 사용되는 제2번 협주곡이나 바이올린 파트가 완전히 제외된 제6번 협주곡 등, 이 작품은 독특한 악기 편성법으로 '브란덴부르크 협주곡'의 특별함을 부각합니다.
'브란덴부르크 협주곡'의 악기 편성은 매우 다채롭고 풍부합니다.
첫 번째 협주곡에서는 세 대의 오보에, 두 대의 호른, 그리고 한 대의 바이올린이 독주 그룹을 이루어 다양한 음색을 만들어냅니다. 여기에는 일반적인 바이올린보다 더 높게 조율된 '피콜로 바이올린'이 독특한 음색을 더해줍니다. 이 곡은 독주 악기가 많이 나오지만 독주 파트들이 특별히 기교적이지 않아 전체적인 조화와 균형이 강조됩니다.
두 번째 협주곡은 바이올린, 오보에, 리코더(또는 플루트), 트럼펫이 각각 화려한 연주를 보여주어 첫 번째 협주곡과는 대조적입니다. 특히 트럼펫은 매우 높은 음역에서 고난도의 연주를 보여주어, 좋은 연주자가 아니면 이 곡을 연주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세 번째 협주곡은 독주 그룹과 합주 그룹의 구분 없이 현악기들이 동질적인 음색을 만들어내는 곡입니다.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가 각각 세 개의 성부로 나뉘어 현악 앙상블의 풍성함을 보여줍니다.
네 번째 협주곡은 겉보기에는 합주협주곡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독주 파트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여 '독주협주곡'에 가깝습니다. 두 대의 리코더와 한 대의 바이올린이 독주자로 나오는데, 특히 1악장에서의 바이올린 연주가 화려하여 리코더를 압도하기도 합니다.
다섯 번째 협주곡에서는 바이올린, 플루트, 쳄발로가 독주자로 나오지만, 쳄발로가 특히 독특한 역할을 합니다. 이 곡은 쳄발로가 주역을 맡는 협주곡으로, 특히 1악장 후반부에는 65마디의 화려한 쳄발로 카덴차가 있어 연주자의 기량을 시험합니다.
마지막 여섯 번째 협주곡은 바이올린이 전혀 없는 곡으로, 이로 인해 음향적으로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냅니다. 이 곡은 비올라 두 대, 비올라 다 감바 두 대, 첼로와 콘티누오를 위한 곡으로, 고음 악기가 없기 때문에 어두운 느낌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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