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상스의 일생
프랑스의 작곡가 카미유 생상스(Charles Camille Saint-Saëns 1835년 ~ 1921년)는 태어난 지 수개월만에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와 피아니스트였던 친척아주머니와 함께 살았습니다. 그의 어머니는 첫째 아이까지 잃게 되자 생상스를 온갖 정성을 들여 키우면서 최고의 교육을 받게 하기 위해 애썼습니다. 다방면에서 신동의 재능을 보인 생상스는 특히 음악 부분에 있어서, 2세부터 피아노를 치고 3세 때 작곡을 할 정도로 천재적인 재능을 발휘하여 프랑스의 모차르트라 불리기도 하였습니다. 10세 때 피아노 연주자로 데뷔를 하였고, 13세에 파리 음악원에 입학하여 오르간과 작곡 공부를 하였습니다. 특히 오르간에 두각을 나타내어 1등을 하였으며, 1853년에는 성 마리아 교회에서 오르가니스트로 활동하면서 인정을 받아 1858년에는 프랑스 최고의 성 마들렌느 성당의 오르가니스트로 활동을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1861년 ~1864년에는 니데르메이르 음악학교에서 가브리엘 포레 등 제자들을 가르쳤으며 1871년에는 국민음악협회를 설립하여 프랑스 음악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도 하였습니다.
생상스는 음악뿐 아니라 레오나르도 다빈치 못지않게 천문학, 수학, 철학, 문학, 미술 등 다방면에서 천재적인 능력을 발휘하기도 하였습니다. 음악가 베를리오즈는 생상스가 모르는 분야를 찾는 게 더 빠를 것이라고 감탄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였던 리스트는 생상스를 세계 최고의 오르가니스트라고 칭찬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는 작곡에 있어서도 어느 한 부분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오페라, 관현악곡, 협주곡, 실내악, 합창, 가곡, 오르간곡, 피아노곡, 발레, 영화음악 등 다양한 분야의 총 437곡이나 작품을 남겼습니다. 그의 대표적인 작품은 오페라 '삼손과 데릴라', '오르간 교향곡', 김연아의 올림픽 쇼트 프로그램의 배경음악으로 쓰였던 '죽음의 무도', 그리고 '동물의 사육제' 등이 있습니다.
https://youtu.be/0qMW8ZJsU_c?si=BVFbZgpvi9Qcqd1T
https://youtu.be/tG8QCjaw4yk?si=ACHYEtJqnLYs4KWB
그는 폐질환으로 사망한 아버지를 닮았을 것을 걱정하여 주로 따뜻한 나라로 여행을 다녔는데 이는 그의 음악적 분위기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1921년 12월 16일 아프리카 알제리에서 8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고, 사후 파리의 몽파르나스 묘지에 묻혔습니다.
동물의 사육제
카미유 생상스는 1886년 51세 때 오스트리아에서 휴가 중에 친구의 요청으로 사육제(Canival) 행사의 음악회를 위해 '동물의 사육제'를 작곡하였습니다.
사육제, 즉 카니발은 기독교의 사순시기 직전에 3일 ~ 7일 동안 즐기는 축제를 말합니다. 사순시기 동안은 여러 가지 금욕적 생활을 하는데 그전에 며칠간 마음껏 즐기자는 의미에서 여는 축제입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카니발은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 카니발,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화려한 가면이 심볼인 카니발, 독일의 쾰른, 뒤셀도르프의 카니발 축제 등이 있습니다.
생상스는 그 해에 이 작품 외에도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오르간 교향곡'을 작곡하였습니다. 이 두 작품은 스타일이 너무나 대조적이어서 같은 해에 작곡되었다는 것이 아이러니함과 동시에 그의 천재성과 틀에 매어 있지 않은 그의 영감을 증명하는 일이라 생각됩니다.
'동물의 사육제'에는 '두 대의 피아노, 두 대의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더블베이스, 플루트, 클라리넷, 하모니움(풍금 같은 소형 오르간), 실로폰, 첼레스타를 위한 동물학적 환상곡'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습니다. '동물학적'이라는 표현은 각 곡이 특정 동물을 묘사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지만, 이 표현 자체가 작곡가의 유머 감각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이 유머 감각은 각 곡에서 사용된 악기와 악상의 선택에서 더욱 잘 나타납니다. 이 작품집의 14곡 중에서 생상스가 생전에 공개를 허락한 것은 '백조'라는 곡뿐이었습니다. 그가 이 작품집을 공개적으로 발표하지 않은 이유는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였습니다. 우선, 생상스는 자신이 '진지한' 작곡가로 인식되길 원했기에, 이 작품집에서 보여주는 경쾌하고 풍자적인 모습을 대중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또, 그는 이 작품을 개인적인 즐거움을 위한 것으로 여겼고, 이 작품의 풍자적 성격이 논란의 여지를 제공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생상스의 '동물의 사육제'는 그의 사망 후에야 전체가 공개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총 14곡으로 되어있으며 각 곡은 아주 짧은 소품이지만 동물의 특징, 동물이 사는 장소, 사람 등을 익살스럽게 표현하였습니다.
1. 서주와 사자왕의 행진: 두 대의 피아노와 현악기 5부 편성으로 구성된 이 곡에서는 서주에서 피아노의 활발한 타격음과 현악기의 저음부의 위협적인 연주가 점차적으로 높아지면서 사자왕의 등장을 알립니다. 피아노가 당당한 행진곡 리듬을 연주하고 현악 앙상블은 사자왕의 위엄을 표현합니다. 이 주제는 위엄과 유머의 분위기를 함께 가지고 있습니다. 행진곡 리듬의 간주 이후에 주제가 세 번 반복고, 반음계의 셋잇단음표로 사자왕이 으르렁대는 소리를 표현하면서 사자의 위협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냅니다.
2. 암탉과 수탉: 이 곡은 클라리넷, 두 대의 피아노, 바이올린, 비올라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총 35마디로 되어 있는 소품입니다. 이 작품은 18세기 프랑스의 작곡가 라모의 '암탉'에서 큰 영향을 받았음을 보여줍니다. 이 곡에서 피아노는 수탉을, 클라리넷은 암탉을 상징하며, 서로 다투는 듯한 분위기를 훌륭하게 재현해 냅니다.
3. 당나귀: 이 곡은 두 대의 피아노로만 연주되며, 여기서 언급하는 당나귀는 길들여지지 않은 아시아산 야생 당나귀를 뜻합니다. 당나귀의 자유로운 움직임이 16분 음표만을 사용하여 선율이 계속 움직이는 화려하고 짧은 곡입니다. 이 곡은 당시 피아니스트들이 과도하게 기교적인 연주에 치우친 것에 대한 조롱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이는 생상스가 음악적 표현과 구조에 중점을 둔 반면, 당대의 피아니스트들이 기술적인 연주에 더욱 치중했다는 점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4. 거북이: 이 곡은 한 대의 피아노와 현악기 5부 편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전체적으로 22마디로 구성된 소품입니다. 피아노의 지속적인 셋잇단음표 리듬이 거북이 천천히 걷는 모습을 표현하며, 세 번째 마디부터 현악기들이 거북이 느긋하고 평온한 움직임을 연상시키는 멜로디를 연주합니다. 이 멜로디는 오펜바흐의 오페레타 '천국과 지옥'에서 인용한 캉캉 선율로, 원래는 매우 빠른 곡입니다. 그러나 생상스는 이 원래 빠른 곡을 의도적으로 느리게 연주함으로써 어디서 들어본 멜로디를 다른 분위기의 특별한 느낌을 만들어냈습니다. 이러한 방식은 생상스의 독특한 창의성과 재치를 보여줍니다.
5. 코끼리: 이 곡은 두 대의 피아노와 더블베이스로 구성되어 있으며, 거대한 코끼리가 왈츠 리듬에 맞춰 춤추는 모습을 그립니다. 이 곡 역시 다른 작곡가의 작품에서 멜로디를 인용하였습니다. 더블베이스가 연주하는 멜로디는 베를리오즈의 오페라 '파우스트의 천벌' 중 '바람 요정의 춤'을 변형하여 인용한 것입니다. 이는 베를리오즈의 조롱에 대한 생상스의 독특한 대응일 수 있습니다. 즉, 생상스는 베를리오즈의 작품을 재창조하여 그에 대한 자신만의 해석을 더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를 통해 생상스의 창의적인 해석과 유머 감각이 또 드러나게 됩니다.
6. 캥거루: 이 곡은 두 대의 피아노로만 연주되며, 전체적으로 19마디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독특한 리듬이 뒷다리로 뛰어다니는 캥거루의 모습을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리듬과 템포, 그리고 강약의 변화를 통해 캥거루의 활발한 움직임을 음악적으로 재현하고 있습니다.
7. 수족관: 이 곡은 두 대의 피아노, 첼레스타, 플루트, 하모니움, 그리고 현악기 4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물속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는 물고기들의 부드럽고 우아한 움직임이 첼레스타의 반짝이는 멜로디로 표현됩니다. 여러 악기를 활용하여 물속에서 헤엄치는 물고기들의 움직임을 첼레스타의 아름다운 선율로 잘 묘사하여 마치 물속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는 물고기들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8. 귀가 긴 등장인물: 이 곡은 두 대의 바이올린으로 연주되며, 총 26마디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곡은 매우 단순하게 구성되어 있으며, 두 개의 서로 겹치지 않는 음향이 고음역과 저음역으로 나뉘어 연주되며 템포는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언급하는 주인공은 집당나귀 혹은 수탕나귀와 암말의 잡종인 노새를 말합니다. 이들 동물은 전통적으로 둔감하하게 여겨져 왔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이 곡은 일종의 풍자나 조롱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9. 숲 속의 뻐꾸기: 이 곡은 두 대의 피아노와 클라리넷으로 연주됩니다. 피아노의 간결한 화음은 숲 속의 고요함을 묘사하고, 클라리넷은 뻐꾸기의 울음소리를 재현합니다. 다시 말해, 이 곡은 피아노와 클라리넷의 조합을 통해 숲 속의 평온함과 뻐꾸기의 독특한 울음소리를 음악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두 가지 요소가 결합하여 숲속의 자연적인 분위기를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10. 큰 새장: 이 곡은 플루트, 두 대의 피아노, 그리고 현악기 5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플루트 연주자에게는 매우 높은 테크닉이 요구되는 곡입니다. 도입부에서의 트레몰로는 새들이 날개를 펄럭이는 모습을 그리며, 이후에 이어지는 고음 선율은 새들이 날아다니는 모습을 표현합니다.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나 다른 새의 등장을 암시하며 화려하게 전개되는 이 곡은, 큰 새장 안에서 바쁘게 날아다니는 새들의 모습을 공간적으로 잘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 곡은 새들의 활발한 움직임과 그들만의 아름다운 소리를 통해 생생한 자연의 이미지를 선사합니다.
11. 피아니스트: 이 곡은 두 대의 피아노와 현악기 5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생상스는 이 곡의 연주에 대해 '연주자는 초보자가 치는 방식과 그것의 어색함을 재현해야 한다'라고 지시하였습니다. 이 곡에서의 피아니스트는 '동물의 사육제'에서 등장하는 유일한 인간이지만, 결국 인간도 동물이라는 점에서 상당히 유머러스한 접근을 보여줍니다. 피아노를 배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초반에 연습했던 간단한 음계를 이 곡에서는 지속적으로 반복하여 연주하고 있습니다.
12. 화석: 이 곡은 두 대의 피아노, 클라리넷, 실로폰, 그리고 현악기 5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전체 곡 중에서 '피날레' 다음으로 가장 긴 곡이며, 다양한 곡들로부터 가장 많은 인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처음에 실로폰이 연주하는 주제는 생상스 자신이 작곡한 '죽음의 무도'의 주요 주제입니다. 이어서 프랑스의 전통적인 노래인 '난 좋은 담배를 갖고 있다네', '아 어머니께 말씀드리죠' (우리나라에서는 '반짝반짝 작은 별'로 알려진 곡) 등 여러 노래가 순차적으로 인용됩니다. '죽음의 무도'의 주제로 돌아온 후에는 로시니의 '세비야의 이발사'에서 로지나가 부르는 아리아의 선율이 들리기도 합니다. 간단히 요약하면, 이 곡은 다양한 음악 작품들로부터 주제를 빌려와 그것을 독특하게 재해석하고 결합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이를 통해 생상스의 광범위한 음악 지식과 창조적인 해석력을 보여줍니다.
13. 백조: 이 곡은 첼로와 두 대의 피아노로 연주됩니다. 앞선 두 곡과는 다르게, 이 곡에서는 풍자적인 요소가 전혀 없으며, 대신 고전적인 우아함이 가득합니다. 이 곡은 생상스가 생전에 출판을 허락한 유일한 곡으로, 그의 뛰어난 선율미 때문에 다른 편성으로 편곡하여 연주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즉, 첼로와 피아노의 아름다운 조화를 통해 고전적인 우아함을 표현하고 있으며, 생상스의 빼어난 선율미를 보여주는 대표작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14. 피날레: 이 곡은 두 대의 피아노, 플루트, 클라리넷, 실로폰, 하모니움, 그리고 현악기 5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 작품에서 사용되었던 대부분의 악기가 함께 등장합니다. 피아노와 현악기가 연주하는 서주 악상이 재등장한 후, 클라리넷이 가벼우면서도 재미있는 주제를 연주하는데, 이 주제는 오펜바흐 '천국과 지옥'의 피날레 선율입니다. 이어서, 당나귀, 암탉, 캥거루, 노새 등 이전에 등장했던 대부분의 동물들이 차례로 모습을 드러내며 이 곡은 화려하게 마무리됩니다. 요약하자면, 이 곡은 다양한 악기와 동물들의 모습을 연주를 통해 재현하며, 독특하고 화려한 분위기로 전곡을 마무리합니다. 이는 다양한 동물들의 소리와 움직임을 느낄 수 있는 풍부한 청각적 경험을 제공합니다.
https://youtu.be/IYKoG043YuU?si=z9sG3e6KvnVjRPV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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