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베르트의 '가곡 송어'
슈베르트는 31살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음에도 불구하고 600여 곡이 넘는 가곡을 작곡할 수 있었던 것은 슈베르트의 작곡 속도가 엄청나게 빨랐고, 슈베르트가 살았던 시대가 괴테를 비롯하여 당시 독일에서 낭만주의 문학이 꽃을 피우던 때였기에 또한 가능하였습니다.
슈베르트는 시인이었던 쇼버, 마이러호퍼, 어릴 때부터 친구였던 법률가 슈파운, 화가 슈빈트, 당신 오스트리아 빈 국립오페라단의 명 바리톤이었던 미하엘 포글, 변호사의 아들로 부유한 음악 애호가 존라이트너 등이 '슈베르티아데'란 이름의 모임을 통해 친분을 쌓았습니다. '슈베르티아데'는 슈베르트의 음악을 듣는 모임이라는 뜻으로 이곳에서 음악을 연주하고, 시와 문학을 이야기하면서 음악가로서 슈베르트가 알려지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중 유명 예술가였던 바리톤 포글은 슈베르트보다 30살이나 많았지만 가까운 친구로 지냈고, '겨울나그네', '송어' 등 슈베르트의 가곡을 발굴하고, 많은 곳에 알렸습니다. 동시에 슈베르트는 포글을 위한 가곡을 작곡하기도 하며 그와 가깝게 지냈습니다.
가곡 '송어'는 1817년 낭만파 시인 크리스티안 슈바르트의 시에 곡을 붙여 '슈베르티아데'에서 포글이 초연을 해 알렸습니다. 슈바르트의 시 '송어'는 거울같은 맑은 시내에서 송어가 화살보다 더 빨리 움직이며 뛰어노는데 고기잡이가 송어를 잡고 싶지만 물이 너무 맑아 송어가 잡히지 않아 결국 흙탕물을 일으켜 물을 흐리게 해서 고기를 잡게 됩니다. 슈베르트는 여기까지의 내용을 가사로 작곡을 하였고, 원시는 마지막 4절에 송어를 여자에 비유하여 속임수로 유혹하는 나쁜 남자들을 조심하라는 경고의 내용이 있습니다.
슈베르트의 가곡은 그 전까지 작곡되었던 가곡과는 달리 반주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전에는 반주는 그야말로 노래의 반주의 역할만 했지만, 슈베르트의 가곡의 반주는 마치 그림을 보듯, 가곡 내용의 배경을 묘사하거나 등장인물의 행동이나 사물을 특징을 표현하는 등 노래와 반주가 서로 어우러지게 작곡되었습니다. '물레 잣는 그레첼'의 반주는 마치 물레가 돌아가는 느낌을 표현하였고, '마왕'의 반주는 마치 말 달리는 소리를 연상할 수 있습니다. '송어'의 반주도 마찬가지입니다. 마치 송어가 물속에서 빠른 움직임으로 놀거나 팔딱팔딱 뛰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가곡 '송어'의 가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In einem Bächlein helle,
거울같이 밝은 냇물 속에서
Da schoß in froher Eil
기쁜 마음에 서둘러 쏘았네
Die launische Forelle
변덕스러운 송어가
Vorüber wie ein Pfeil.
마치 화살처럼 지나가네
Ich stand an dem Gestade
나는 묽가에 서서
Und sah in süßer Ruh
달콤한 평화 속에서 보았네
Des muntern Fischleins Bade
활기차게 헤엄치는 물고기(송어)를
Im klaren Bächlein zu.
맑은 시냇물에서
Ein Fischer mit der Rute
낚시대를 든 어부가
Wohl an dem Ufer stand,
강둑에 서있었네
Und sah's mit kaltem Blute,
그리고 냉정하게 그것을 보았네
Wie sich das Fischlein wand.
물고기가 헤엄치는 모습을
So lang dem Wasser Helle,
오랫동안 물이 맑은 상태로 있어서
So dacht ich, nicht gebricht
그래서 나는 생각했네
So fängt er die Forelle
송어를 잡으려면
Mit seiner Angel nicht.
그의 낚싯대로는 안될 것이라고.
Doch endlich ward dem Diebe
결국 그 낚시군은
Die Zeit zu lang
기다림이 너무 길어
Er macht Das Bächlein tückisch trübe,
그 냇물을 휘저어서 흙탕물로 만들었다네
Und eh ich es gedacht,
그리고 생각지도 못한 순간,
So zuckte seine Rute,
낚싯대가 휘어져있었다네
Das Fischlein zappelt dran
물고기가 꿈틀대고 있었다네
Und ich mit regem Blute
그리고 나는 피 흘리는
Sah die Betrogene an.
송어를 바라보았네
피아노 5중주 '송어'
가곡 '숭어'를 작곡한 지 2년 뒤 친구이자 후원자였던 성악가 미하엘 포글과 함께 오스트리아의 슈타이어로 연주 여행을 하게 됩니다. 슈베르트와 포글 두 사람은 1819년 7월 13일부터 9월 중순까지 그곳에서 휴가를 보내던 중 질베스터 파움가르트너라는 광산업자에게 융성한 대접을 받게 됩니다. 파움가르트는 음악 애호가로 관악기와 첼로를 연주하는 아마추어 연주자이기도 했습니다. 그는 음악을 좋아하는 동료들과 함께 연주하는 것도 즐기던 터라 슈베르트에게 자신이 함께 연주할 수 있는 작품을 의뢰하였고, 슈베르트의 가곡 '송어'의 주제 멜로디가 들어가게 해달라고 요청을 하였습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하게 된 작품이 피아노 5중주 '송어'입니다.
일반적으로 피아노 5중주는 피아노와 바이올린 2대, 비올라, 첼로로 이루어지는데 '송어'는 피아노와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더블베이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러한 특이한 편성도 작품을 의뢰했던 파움가르트너의 요청이었습니다. 함께 음악을 연주하던 동표들 가운데 데블베이스 주자가 있어 편성이 이렇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피아노 5중주 '송어'는 총 5악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악장 - Allegro Vivace
이 악장은 고전 소나타 형식을 따르며, 피아노와 현악기들이 서로 대화하듯 연주합니다. 바이올린이 주제를 제시하고, 첼로가 그다음을 이어갑니다. 이후 발전부와 재현부를 거쳐 화려하게 마무리됩니다. 슈베르트의 독특한 조화법과 피아노의 중요한 역할이 돋보입니다.
2악장 - Andante
이 악장은 꿈꾸는 듯한 분위기와 아름다운 아리아를 특징으로 합니다. F장조, F#단조, A단조, F장조 순으로 선율이 전개되며, 모차르트나 바흐의 음악을 연상시키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3악장 - Scherzo Presto
피아노와 현악기들이 자유롭게 대화하며, 푸가적 요소를 녹여내어 흥미롭고 유쾌한 분위기를 만듭니다.
4악장 - Andantino Allegretto
가곡 '송어'의 주제를 바탕으로 한 6개의 변주곡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주제와 변주곡, 그리고 다양한 악기로 연주되는 알레그레토의 코다가 흥겨운 분위기를 만듭니다. 특히, 피아노의 높은음으로 표현되는 선율이 아름다운 효과를 냅니다.
5악장 - Allegro giusto
이 악장은 빠르게 전개되는 엄격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현악기가 주제를 제시하고, 이를 피아노가 반복합니다. 제2주제는 피아노와 현악기가 교대로 주제를 연주하며, 활기찬 분위기를 만듭니다. 이는 헝가리 음악의 특성을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슈베르트는 자신의 가곡 멜로디를 사용하여 기악곡으로 재탄생시킨 경우가 있는데 그 예로 현악 4중주 '죽음과 소녀', 피아노 독주곡 '방랑자 환상곡' 등이 있습니다.
슈베르트의 삶에 대해 더 알고 싶으시면 아래 링크를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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