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흐의 일생과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

 바흐의 일생

  바흐( Johann Sebastian Bach)는 1685년 독일 아이제나흐에서 거리의 악사 요한 암브로지우스(1645-1695)와 그의 아내 엘리자베트의 막내아들로 태어났습니다. 어릴 때부터 음악에 대한 관심과 재능을 보여 바이올린을 아버지로부터, 오르간을 사촌 큰아버지로부터 배웠으며, 교회 부속학교에서 성가대원으로 활약했습니다. 9세 때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시면서 큰형과 함께 살면서 작곡의 기초를 배웠고, 이후 15세 때 북부 독일 뤼네부르크의 고등학교에 장학생으로 입학하여 게오르크 뵘(Georg Bhm, 1661~1733)과 얀 아담스 라인켄(Jan Adams Reinken, 1623-1722) 등의 유명한 음악가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습니다.

  18세가 된 바흐는 바이마르 궁정의 악단에서 바이올린 주자로 일하며 음악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이후 아른슈타트의 교회에 오르가니스트로 채용되어 오르간 연주와 작곡에서 큰 성장을 이루었습니다. 이 시기에는 북독일의 뤼베크를 방문하여 디트리히 북스테후데(1637-1707)의 작품과 오르간 연주에 많은 감명을 받았으며, 이는 그 이후의 바흐의 작품에도 깊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1708년부터 바이마르 궁정 예배당의 오르가니스트로 재직하며 오르간곡을 작곡하고 연주하였으며, 궁정악단의 콘서트마스터로 임명되어 매달 1곡씩 교회 칸타타를 작곡했습니다. 이 시기에는 이탈리아 협주곡의 형식과 기법을 연구하여 그 이후의 작품에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1717년 바흐는 쾨텐 궁정에 악장으로 취임하였습니다. 쾨텐 궁정악장은 당시 독일에서 음악가가 바랄 수 있는 최고의 사회적 지위로, 바흐의 재능을 높이 평가하여 그에게 이례적인 자유를 부여했습니다. 쾨텐은 개혁교회(Reformed Church) 지역이라서 예배에서는 간소한 성악을 중시하고 번잡한 음악을 금지했기 때문에, 바흐는 세속적인 합주곡이나 실내악 작품을 작곡하는 일에 집중했습니다. 이 시기에는 《브란덴부르크 협주곡》(BWV1046-1051), 《무반주 바이올린을 위한 소나타와 파르티타》(BWV1001-1006), 《무반주 첼로 모음곡》(BWV1007-1012) 등 그의 세속적인 기악곡이 작곡되었으며, 밝고 즐거운 표현으로 가득한 작품들이 탄생했습니다.

  레오폴트 공이 프러시아 군을 위해 더 많은 재정적 기여를 해야 했기 때문에 궁정 악단을 위한 재정적 여력 부족과 악단 규모 축소가 불가피했습니다. 이에 따라 바흐는 1723년 쾨텐에서 떠나 라이프치히의 토마스 교회의 칸토르(합창장)로 선임되어 옮겨가게 되었습니다. 이 시기에 바흐는 교회음악의 중심 인물로서 음악적인 활동을 이어갔습니다. 이 시기에는 《마태 수난곡》, 《나단조 미사》,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 등의 작품을 비롯하여 다양한 교회성악곡을 작곡했습니다. 또한 클라비어 작품인 《파르티타》, 《이탈리아 협주곡》, 《골드베르크 변주곡》 등도 작곡하였습니다.

  바흐는 1749년 5월 뇌출혈로 쓰러진 뒤 시력이 급격이 나빠졌는데, 돌팔이 안과의사에게 잘못된 수술로 시력까지 잃게 되고 그로 인한 합병증으로 1750년 7월 28일  라이프치히에서 사망하였습니다.

  그는 생전에 두번의 결혼으로 20명의 자녀를 두었는데, 그의 자녀들 중에서도 빌헬름 프리데만 바흐, 카를 필리프 에마누엘 바흐, 요한 크리스티안 바흐 등이 작곡가로서 성공을 거두었으며, 바흐의 음악적 유산은 현대 음악에 이어지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바흐의 작품은 다양한 양식과 스타일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는 이탈리아식 다 카포 아리아, 오페라적인 아리오소와 레치타티보, 관현악 신포니아, 협주곡, 오블리가토 성부, 복합창형식, 프랑스의 리드미컬한 춤곡 등 여러 장르와 양식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풍요로운 작품을 작곡했습니다. 그는 코랄을 훌륭하게 활용하였으며, 기악 분야에서도 다양한 나라의 양식을 융합하여 독특한 작품을 창작했습니다.

  이러한 업적에도 불구하고 바흐는 사후에 완전히 잊힌 상태였습니다. 그러나 1802년 독일의 음악사학자 포르켈이 "바흐의 생애와 예술, 그리고 작품 (Über Johann Sebastian Bachs Leben, Kunst und Kunstwerke)"라는 바흐에 대한 최초의 연구서를 발표하면서 바흐에 대한 인식의 전환점을 제공했습니다. 이후 낭만주의 시대에는 음악사학의 발전으로 인해 바흐의 작품들이 재평가되고, 그의 작품은 핵심 레퍼토리로 부상하게 되었습니다. 바흐는 낭만주의 시대에 이전 시대의 어떠한 음악가보다도 높이 평가되어 멘델스존 이후의 음악가들 중 바흐를 연구하지 않은 작곡가가 없을 정도로 큰 영향력을 끼쳤습니다. 그의 작품은 다른 음악가들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으며, 특히 그가 많이 참고하고 편곡한 비발디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켜 19세기말부터 시작된 바로크 음악의 부활을 이끌었습니다. 오늘날에도 바흐는 그의 작품과 업적을 통해 바로크 시대를 대표하는 가장 위대한 음악가로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으며, 바로크 시대를 대표하는 중요한 음악가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2023년 12월 12일 서울모테트 합창단 정기연주회 포스터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

  연말이 다가오는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세계적으로 반드시 무대에 올려지는 작품들 중 하나가 바로 바흐의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입니다.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는 바흐의 작품 중 가장 유명하고 사랑받는 작품 중 하나입니다. 오라토리오는 성악의 일종으로, 오페라와 달리 배우의 연기는 없고 가수의 노래로 주로 구성되며 종교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음악 장르입니다. 바흐는 동시대인 헨델과 함께 오라토리오 장르를 확립시킨 작곡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는 크리스마스를 기리기 위해 작곡된 오라토리오로,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과 구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러나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는 일반적인 오라토리오와 달리 하나의 이야기로 동일하게 구성되어 있지 않으며, 독자적인 6개의 칸타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는 총 6부 64곡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부는 크리스마스 당일부터 현현절인 1월 6일까지 여러 날에 걸쳐 연주되도록 의도되었습니다. 초연은 1734년 12월 25일 성탄절, 26일, 27일, 1735년 1월 1일, 새해 첫 주일이었던 1월 5일과 예수공현 대축일인 1월 6일까지 라이프치히 성 토마스 교회와 니콜라이 교회에서 오전, 오후 예배 때 번갈아가면서 연주가 이루어졌습니다.

  바흐의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는 성스러워야 할 작품에 바흐가 이전에 작곡한 세속 칸타타 등 세속 음악에서 많은 인용을 사용하였습니다. 이로 인해 양식적으로 오라토리오라고 부르기에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바흐는 이 작품을 종교적인 의미를 담아 예배 의식에 사용되도록 의도했으며, 결국 음악을 하느님 찬양의 궁극적인 목적으로 삼았습니다.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의 가사는 1부에서 4부까지는 누가복음을 바탕으로 예수의 탄생 과정과 메시아의 탄생을 축하하는 내용을 담았고, 5부와 6부는 마태복음서를 바탕으로 예수의 탄생을 알게된 동방박사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1부 크리스마스 당일: 총 9곡으로 누가복음 2장 1, 3~7절 말씀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선지자들의 예언대로 예수의 탄생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2부 예수탄생 2일: 총 14곡으로 누가복은 2장 8~14절 말씀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목자들에게 천사가 나타나 예수 탄생을 알리는 내용입니다. 

3부 예수탄생 3일: 총 12곡으로 이루어져있으며 마지막곡 다음으로 3부의 첫곡을 연주하도록 되어있으며, 누가복음 2장 15~20절 말씀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목자들이 베들레헴 구유에 누워계신 예수를 찾아가 경배하고 영광으로 찬양하는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4부 새해 첫날: 총 7곡으로 누가복음 2장 21절 말씀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예수 탄생 8일째 되는 날로 "Jesus"라는 이름을 받은 날로 기념하고 있습니다. 

5부 새해 첫주일: 총 11곡으로 마태복음 2장 1~6절의 말씀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동방박사 세 사람이 헤롯왕을 찾아가 유대인의 왕으로 태어난 아기를 찾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6부 예수공현 대축일: 총 11곡으로 마태복음 2장 7~12절 말씀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동방박사 세 사람이 베들레헴으로 찾아가 마구간의 구유 위에 아기 예수를 찾아 경배하고 돌아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또한 하느님의 구원의 역사와 복음 전파를 강조하는 내용입니다.  예수공현 대축일은 크리스마스 12일 후인 1월 6일입니다.